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쓰롱썸 Oct 06. 2016

베트남 음식 어디까지 알고 있니? 바잉 권

자다가도 생각나는 아침 메뉴 바잉 권을 알아보자

늘 먹어도 좋지만, 어떤 상황이 되면 반사적으로 떠올라서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음식들이 있다. 나한텐 시험을 망친 날 라면이라던지, 찬 바람에 날씨도 기분도 을씨년스러운 날 뜨끈한 순대국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치며 하루 종일 마음을 간질이는 것들을 결국 입으로 넣었을 때, 이상하게도 항상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머리로 그리던 맛이 훨씬 좋은 경우도 많다.



그게 먹고 싶다.
아침으로 그걸 먹으러 가야지

아침에 일어나 배가 고파서 밥을 먹긴 해야겠는데, 아침을 하기는 귀찮고. 적당히 집 근처 시장에 있는 아침 하는 곳을 찾아 나섰다. 하노이에서 아침 하는 곳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키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이름도 모르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문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음식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이 음식은 모양만큼이나 맛도 생소했고, 먹는 내내 '대체 현지인들은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걸까'하며 끝내 맛에 대해 명쾌한 인상을 받지 못하고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한 이주일쯤 지났을까.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웠는데 느닷없이 이 음식이 떠올랐다.  따끈하고 폭신한 쌀 반죽을 샬롯 후레이크(사실 난 마늘이라고 생각했다)를 곁들여 미지근한 국물에 찍어먹는 상상을 하며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이걸 먹으러 나갔다. 사실 가면서도 기억 속의 맛이 실제보다 낫겠거니 별 기대 없이 가서 시켰는데, 웬 걸. 왜 하노이언들은 이걸 아침으로 먹는지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자다가도 생각나는 그 음식,

이름이 무엇인가 하니



Bánh cuốn (바잉 권)이었다. 말 그대로 돌돌 말려진 쌀 반죽이다. 북부 베트남 음식이라 하니 제대로 먹은 것이다.  전에 먹어본 맛있는 걸 다시 주문하려면 이름을 꼭 외우고 있어야 한다! 최소한 사진이 있거나

Bánh cuốn (literally "Rolled cake") is a dish from Northern Vietnam


https://en.wikipedia.org/wiki/B%C3%A1nh_cu%E1%BB%91n



바잉권은 발효된 쌀 반죽에 돼지고기 간 것과, 다진 목이버섯, 다진 샬롯을 양념하여 넣어 얇고 넓게 쪄내는 음식이다. 보통 이 음식에는 베트남식 소시지인 차 루아 ch lụa 와 얇게 썬 오이, 파를 곁들이며, 느억첨 nước chm에 찍어 먹는다. 때로는 희귀하고 상당히 비싸기까지 한 커다란 물 벌레(giant water bug)(!!!!) Lethocerus indicus의 에센스(무려 에센스....)로 만든 까 꾸옹 cà cung 을 더해 풍미를 더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런 거 안 곁들이고 싶다.


http://www.theravenouscouple.com/2010/01/banh-cuon-vietnamese-steam-rice-rolls.html


쌀 반죽은 아주 얇다. 약간 발효된 쌀 반죽을 사용하는데, 얼마나 얇은지 대나무 같은 기다란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투명해서 들고 있는 사람이 보일 정도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새우 딤섬 하가우(蝦餃)의 반죽보다 더 얇다. 이렇게 얇게 쪄낼 수 있는 비결은 냄비를 둘러 팽팽하게 고정된 면 혹은 나일론 천에 있다고 한다. 손 두 뼘 정도 지름의 냄비 속 끓는 물의 열로 천 위에 펼쳐진 천만큼 얇은 쌀 반죽을 쪄내는 것이다.


http://www.theravenouscouple.com/2010/01/banh-cuon-vietnamese-steam-rice-rolls.html


아주 단순한 음식인데 이상하게 아침으로 이것이 먹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데다, 국물까지 줘서 아침으로는 아주 제격이다. 밥은커녕 죽도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때도 이건 부담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굉장히 금방 준비되는 편이라 바쁜 아침에도 십오 분이면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주변에 바잉 권을 파는 곳이 있다면 세수만 하고 나와 바잉 권 한 그릇 하며 아침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소세지보다는 어묵처럼, 샬롯보다는 마늘처럼 생겼다.



다음의 페이지에서 조리 방법을 참고하였습니다. 레시피도 올라와 있으니 궁금하다면 클릭

 http://www.theravenouscouple.com/2010/01/banh-cuon-vietnamese-steam-rice-rolls.html


이전 06화 쌀국수 집에 찾아온 우연, 포꾸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