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식 좀 먹는다'면?
오늘 소개할 음식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이라 생각되는 분더우 맘똠(Bún đậu mắm tôm)이다. 우리로 치면 된장찌개, 청국장 내지는 김치 정도에 해당하는 난이도가 아닐까 싶다. '베트남 현지식 좀 먹는다'고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산을 넘어야 한다는데, 이 중 하나가 향채라면 다른 하나는 오늘 소개할 '맘똠'을 비롯한 비릿한 양념장들이다.
북부 베트남식인 분더우 맘똠(Bún đậu mắm tôm)은 큐브 모양으로 썰어진 쌀국수(Bún)와 튀긴 두부(đậu), 오이를 비롯한 생 야채를 베트남식 새우젓 맘똠(mắm tôm)에 찍어먹는 음식이다. 가위로 잘라진 뭉친 국수 한 덩어리에 신선한 야채를 한 두 잎 얹고, 따끈한 튀긴 유부까지 욕심껏 한 젓가락으로 모두 집어 맘똠에 콕 찍어 먹으면, 입안 가득 맛과 향이 섞이면서 오묘한 맛이 난다.
대부분의 로컬 음식이 그렇듯 분더우 맘똠도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내가 먹은 곳은 2인분에 40,000동이었다.(한화로 2,000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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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더우맘똠의 잘게 잘린 국수는 처음 보는 형태였다. 가늘고 긴 국수가 끊기지 않고 연결되어 입으로 후루룩 빨아들일 수 있어야 제대로 만들어진 국수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베트남에서는 국수의 길이는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느껴진 음식이 많았다. 포(pho)의 경우는 그래도 우리가 상상하는 국수의 형태에 가깝지만, 분짜만 하더라도 서로 뭉쳐 있는 국수를 젓가락으로 풀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중간을 적당히 끊어 먹는다. 분더우 맘똠의 국수는 분짜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서로 얽혀있는 국수를 젓가락으로 끊어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뭉쳐서 가위로 한 변이 2-3cm 길이로 잘라먹으니, 가늘고 길다는 점에서만 같지 이를 먹는 방법은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더우맘똠의 핵심은 국수가 아닌 맘똠에 있다. 맘똠은 새우젓을 6개월 - 1년 정도 발효해서 만든 양념으로, 일반적으로 라임, 고추, 기름 등을 더해 먹는다. 우리나라 새우젓의 곱디 고운 연분홍색과는 다르게 어두운 잿빛인 맘똠은 우선 색깔부터 다소 부담스러운데, 이를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거품이 올라와 불투명해져 더욱 수상쩍고 부담스러운 모습으로 바뀐다. 그런데 꼭 아래 사진처럼 저어 먹는 거라 하더라.
이렇게 잘 섞은 맘똠을 젓가락으로 슬쩍 찍어먹어 보면 본인 취향에 맞을지 안 맞을지 바로 알 수 있다. 굳이 먹어보기 전에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맘똠은 상당히 '고약한' 냄새가 나기에, 평소 비린 음식을 잘 못 먹는다면 입에 안 맞을 확률이 높다. 비린내에 강한 나는 통과.
맘똠을 제외한다면, 분더우 맘똠은 국수+두부+야채이니 색다른 조합일 뿐 그리 새로운 맛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맘똠이 더해짐으로써 이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맛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먹어본 본인만이 알 수 있겠지.
아주 간단하다. 맘똠을 빼고 먹으면 된다(!) 청국장 못 먹는 한국인도 많듯 맘똠에 거북함을 느끼는 현지인도 많아 분더우 맘똠을 파는 곳에는 맘똠 외에도 느억맘이 있다. 그러니 맘똠이 아닌 한국인이 사랑하는 분짜 소스인 느억맘을 곁들여 '분더우 맘똠'을 즐기도록 하자. 아마 그렇게 되면 분더우 느억남쯤으로 불러야겠지만...
그나저나 아직도 처음 듣고, 처음 먹는 음식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