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쓰롱썸 May 02. 2017

베트남 생선요리, 짜까와 까헙

하노이에 다시 가야하는 이유


여행을 마무리하는 나만의 의식


타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한 달 전쯤 되면 마음이 급해진다. 제법 많은 음식을 시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별로 안 땡겨서', '귀찮아서', '존재 자체를 몰라서' 등 온갖 이유로 아직까지 시도하지 못한 로컬 음식이 한 바닥이나 된다는 것을 확인하면 떠나기 전 먹어보아야 할 음식을 다시 리스트업을 하느라 바빠진다.


1. 남은 날짜와 끼니 수를 계산

2. 예상 비용, 예산 등을 정리

3. 우선순위를 정해 음식 리스트를 작성

4. 가장 효율적인 동선과 시간을 계획


위의 과정을 거쳐 서둘러 엄선한 하노이 마지막 주 리스트의 최상단에는 가장 하노이스러운 음식 중 하나인 짜까가 포함되었다.




짜까(Chả cá)는 무엇일까


짜까(Chả cá)는 그릴에 구워진 생선을 의미한다. 짜까를 처음 개발해 팔기 시작한 음식점 이름이 짜까라봉(Chả Cá Lã Vọng)이라, '짜까 = 짜까라봉'이기도 하다. 짜까가 하노이언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그 길에 짜까 집들이 하나 둘 생겨나게 되었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길을 짜까 스트릿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짜까라봉에는 낚시하는 노인의 조각상이 있는데, 이 사람이 시인이자 혁명가인 라봉(Lã Vọng)이라고 한다.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재능 있고 인내심 있는 사람의 상징같은 존재라는데, 그래서 라봉과 이 가게와 무슨 관계인 건 지는 잘 모르겠다...


사진처럼 맘똠만 준다면, 느억맘을 달라고 요청하자!


짜까(Ch cá)를 주문하면 즉석떡볶이처럼 휴대용 버너와 가물치가 담긴 작은 팬이 함께 나온다. 가물치는 이미 시즈닝되어 그릴에 한 번 조리된 것이라 테이블에서는 3-5분 정도면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조리는 웨이터가 직접 해주니 그동안 구경하면서 맘똠*을 젓고 있으면 된다. (맘똠은 먹기 전 휘휘 저어야 한다)


 분더우 맘똠 참고 (https://brunch.co.kr/@longthumb/26)



후라이팬에는 가물치 외에도 딜, 강황, 가랑갈*, 생강, 파 등이 들어가 기름이 매우 향긋한 소스가 된다.

 

생강처럼 생긴 가랑갈 galangal


*가랑갈은 galangal은 말레이, 인도네시아, 태국과 같은 동남아와 중국에서 흔히 쓰이는 향신료로, 생강과 비슷하게 생겼다. 똠양꿍, 그린커리에도 사용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후라이팬을 다 덮을만큼 넉넉하게 들어간 딜의 역할이 크다. 짜까의 주인공은 가물치와 딜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튀긴 가물치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짜까의 맛을 한껏 끌어올리는 데 딜이 한 몫 한다.


국수는 베트남식 새우젓 맘똠이나 달달한 피시소스인 느억맘에 찍어서 가물치와 함께 먹으면 되는데, 이 때 딜 외에도 땅콩, 고수, 민트 등 야채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가물치와 함께 조리된 풍성한 딜과 파, (+기름)은 얼마든 리필되니 부족하면 더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느억맘에 담근 국수와 가물치를 숟가락에 올리고, 그 위에 기름을 흠뻑 먹은 딜을 더하면 입에서는 축제가 벌어진다.




담백한 생선요리가 즐기고 싶다면


사실 하노이에서 생선을 먹기는 그리 쉽지는 않다. 하노이에 있는 동안 먹은 생선요리의 종류는 딱 세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짜까고, 가끔 마트에서 파는 생 연어로 해먹은 연어 사시미나 연어덮밥, 그리고 마지막이 생선찜 까헙 (Cá hấp)이다.


까헙 (Cá hấp)은 말 그대로 생선(Cá) 찜(hấp)이다.


하노이에 있으면서 종종 베트남사람들과 프로젝트 시작을 축하하거나 뒤풀이하는 자리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베트남식 식당에서는 코스요리가 끝나갈 때 즈음 생선찜이 식사로 나왔다. 넙적하고 커다란 용기에 맨드르르한 자태를 뽐내는 생선찜이 나오면 식사가 거의 끝나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생선은 주로 아래 사진처럼 넓고 얕은 스텐(?) 용기에 담겨 불 위에 놓이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따끈하게 먹을 수 있다. 생선찜을 개인 접시에 덜어 심심한 간장소스와 함께 먹는데, 특이하게도 이때 밥이 아닌 국수와 함께 먹기도 한다. 


여럿이 먹는 테이블에 밥과 국수가 담긴 그릇이 나와, 원하는 종류의 탄수화물(!)을 고를 수 있다. 약간 뭉친 국수 Bún(분짜 할 때 그 '분')을 짭짤달큰한 소스에 풀어 생선과 함께 먹으면 나름 별미다.


내가 먹었던 것은 위와 다르게 야채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거의 마지막 즈음 먹게 되는 음식은 유독 기억에 깊이 박혀 그 여행지에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곤 한다.


다음 여행지의 마지막을 장식할 음식은 무엇이 될 지 궁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