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쓰롱썸 Nov 23. 2016

베트남 음식 어디까지 알고 있니? 분보남보

깔끔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한끼를 원한다면

하노이에 초대한 가족, 친구들이 하나둘씩 왔다 가고 있다. 그때마다 식사를 하러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가 큰 고민 중 하나다. 친구야 평소 먹던 길거리 음식점에 데려가서 편히 목욕탕 의자 깔고 앉아 먹는다 해도, 가족이 올 경우 좀 더 깨끗하고 편안한 곳에 데려가야 해서 생각이 더 복잡해진다.


베트남에 와서 1-2주 정도는 물갈이로 고생했던 것 같다. 잠깐 왔다가는 여행자는 유명한 음식점 위주로 갈 테니 고생할 일이 별로 없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부터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까지 필요 이상으로 용감하게 먹어서 그런지 장트러블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


혹시라도 내가 데려간 곳에서 식사를 하고 뱃속이 불편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면 안 되니 되도록 깔끔한 곳으로 데려가려고 노력하는데, 안타깝게도 구글맵에 찍어둔 수많은 별표 음식점들 가운데 '깔끔함'이라는 기준을 들이밀었을 때 통과할 수 있는 곳들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베트남까지 왔는데 서양식 레스토랑에 데려가는 것도 좀 미안한 일이라, '맛있고', '깔끔한', '베트남식' 음식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쯤 되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고민 없이 꼭 데려가는 곳이 있다. 적당히 깔끔하고, 베트남 식인 데다, 가장 중요한 까지 타협하지 않은 곳이다. 음식 이름이자 음식점 이름인 분보남보(Bún Bò Nam B)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찾아가서 먹는 메뉴다. 다른 이유 없이 오로지 이걸 먹기 위해서 외출할 만큼 좋아한다. 호안끼엠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 검색하면 나의 그리고 만인의 단골집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여행객만큼이나 로컬 손님도 많다.


분보남보(Bún Bò Nam Bộ)는 어떤 음식일까


분보남보(Bún Bò Nam B)라는 이름을 그대로 해석하면 '남부의 소고기 국수'이다. 그러니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지역+음식 이름'인 춘천 닭갈비쯤 되려나. 춘천에서 닭갈비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춘천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남부로 가면 이 음식을 '분보남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음식점에서 볶음 국수(bún xào)를 달라고 하면, 이 음식이 나온다고 한다. 아 남부는 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런 음식을 먹는단 말인가! 달랏도 가고 싶고, 나짱도 가고싶다...호치민은 말할 것도 없고...


샬롯 튀김은 필수. 구글 이미지


분보남보는 국물이 없다. 소고기가 들어간 새콤달콤한 샐러드 국수라고 생각하면 가장 근접하게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꼭 라임(사실 라임이 아니고 다른 거라고 했다.낑깡이었나.그렇지만 미니 라임처럼 생겼으니 라임이라 해야지)을 달라고 해서, 라임까지 뿌려먹는 것이 맛있다. 간장도 필수다. 사실 간장을 안 뿌리고 먹자면 안 뿌려도 되지만, 베트남 간장 특유의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을 더하면 소스의 감칠맛이 더 좋아지니 몇 방울이라도 꼭 더해야 한다.


샬롯 튀김과 땅콩의 고소함, 상추의 신선함, 과하지 않게 들어간 민트와 고수의 향긋함, 소스의 달콤 새콤 짭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충분한 양의 소고기가 들어가 있어 단백질까지 섭취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한 그릇이라 더욱 맘에 든다.



주문 즉시 고기를 볶아 금방 가져다 준다



푸짐한 야채에, 상큼한 소스가 이 요리를 샐러드스럽게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분보남보의 핵심은 고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게에 들어서면 소고기를 볶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기를 미리 해놓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직접 볶아서 넣어 주어 더 맛있다. 


한국에서는 끼니때마다 단백질 구경을 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일부러 챙겨 먹지 않으면 하루에 먹어야 할 단백질 양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을 먹게 되어서, 항상 신경이  쓰이곤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채식주의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베트남에서는 웬만하면 식사에 일정 양의 고기가 포함되어 있어서 대충 먹어도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곳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혼자 가도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깔끔한 실내 음식점의 경우 음식의 양이나 분위기가 혼자 먹기에 꽤나 부담스러운 곳이 많다. 그러나 여기는 음식점이 꽤 넓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많아서인지 항상 다른 사람들과 테이블을 공유하게 되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슬며시 녹아들 수 있다. 현지인들이나 여행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서 그들을 관찰하며 먹는 재미도 있다. 


새로운 음식점에 가는 도전을 할 지, 이미 검증된 곳에 가서 식사를 할지는 항상 고민이다. 새로운 곳을 찾는 게 귀찮거나, 맛없는 음식을 먹게 되면 화가 날 것 같을 때(!)는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어서, 꽤 자주 가는 곳이 몇 군데 생겼다. 기회가 되면 나의 단골 집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이전 10화 호치민의 짜조, 하노이의 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