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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Feb 14. 2017

호치민의 짜조, 하노이의 넴

짜조(Chả giò) 아니고 넴(Nem)이에요.

한국에 있는 베트남 음식은 하노이보다는 호치민 스타일에 가까운 것 같다. 하노이 음식에 익숙한 나에게 쌀국수에 올려진 새콤한 절인 양파나 숙주는 어쩐지 좀 어색하다. 쌀국수 국물 위에 올리는 야채라면 파와 고수 정도로 충분하다.



얼마 전 베트남 친구가 선물해준 냉동 넴을 하노이에서 한국으로 들고 갔다. 우연히 여럿이 나누어먹을 자리가 생겨 넴을 접시에 담아냈더니, 베트남 여행을 자주 가시는 분께서 보시더니 "이건 짜조네?" 하셨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이건 짜조... 아니고 넴이에요.



하노이에서 가져온 거라 농담 삼아 짜조가 아니라 넴이라고 답한 것일 뿐 사실 짜조가 넴이고, 넴이 짜조다. 하노이 같은 북부에서는 넴이고, 호치민같은 남부에서는 짜조다.



이름의 차이는 남부와 북부에서 넴(nem)의 의미가 다른 데에서 비롯되었다. 남부에서 넴은 간 고기 소시지(넴느엉 nem nướng)만을 의미하는 반면, 북부에서는 간 고기가 들어간 온갖 월남쌈을 총칭하여 넴이라 한다.




따라서 북부에서는 라이스페이퍼에 싼 고기에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고 그냥 '넴(Nem)'이라고 하고, 남부에서는 돼지고기와 각종 야채를 라이스페이퍼에 말아 튀긴 음식짜조(Ch giò)라고 하게 된 것이다.


 

(좌) 고이권(gỏi cuốn) 혹은 넴 권(nem cuốn)

(우) 넴 느엉(nem nướng)




다른 베트남 음식도 그렇듯 이 음식 또한 한국인들에게는 남부 스타일, 남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는 넴이라고 할 것이다!


집에서 구운 넴 몇 조각



넴은 우리나라 만두처럼 집집마다 넣는 재료가 다르다. 지역 따라, 취향 따라 원하는 재료를 원하는 양만큼 라이스페이퍼에 넣어 말면 넴이 된다. 주로 돼지고기를 넣지만, 돼지고기 대신 게나 새우, 소라류*의 해산물을 넣기도 하고, 닭고기, 두부 같은 것을 넣기도 한다.


*소라로 만드는 것은 북부식이다.

베트남 친구가 집에 초대하면서,

"Come to my house buddy!
Try snail soup and snail spring roll"

라고 해서 같이 초대받은 친구가 달팽이를 먹냐며 놀란 적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snail은 우리가 아는 달팽이보다는 바다 소라류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THE snail soup & snail spring roll



야채로는 버섯, 당근, 콜라비, 지카마(멕시코 감자, 얌 콩, 멕시코 순무 등으로도 불림) 등이 사용된다.



야채 또한 선호나 보관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아삭한 식감을 원한다면 당근이나 지카마 같은 것을 넣는 것이 좋지만 금방 눅눅해질 수 있으니 좀 더 오래 두고 먹고 싶다면 감자나 녹두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숙주나 버미첼리(Rice vermicelli는 실처럼 가느다란 쌀국수), 계란이나 다양한 향신료를 넣기도 한다.



넴은 소스 없이도 먹을 수 있지만 상추, 고수와 같은 야채를 느억참(피쉬소스, 식초나 라임즙, 물, 설탕, 마늘, 고추로 만든 소스)에 함께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버미첼리로 만든 짜조레(Ch giò rế)


버미첼리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실처럼 가느다란 쌀국수이다. 얇은 버미첼리를 겹쳐서 바잉 허이(bánh hỏi)를 만들면 아래의 사진과 같이 성긴 그물 모양이 되는데, 바잉 허이로 만든 짜조레는 일반 짜조보다 더 바삭하고 섬세한 맛이 난다. 기회가 되면 꼭 먹어보기를 바란다!





짜조레(Ch giò rế) 사진 및 만드는 방법(베트남어)

https://cachlam9.com/cach-lam-cha-gio-re-gion-ngon-dep-mat.html




지난 크리스마스 파티, 넴 준비


지난 크리스마스, 올해는 혼자 외롭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거라고 징징거리니 친구가 가족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 초대해주었다.


친구 어머니께서 기왕이면 같이 베트남요리를 해보는 건 어떠냐시며 속재료며 라이스페이퍼를 미리 준비해 주신 덕에, 추석에 송편 빚듯 바닥에 앉아 넴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커다란 접시 한가득 쌓인 넴과, 직접 짠 오렌지 주스만으로도 이미 풍성한 식탁이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가득 채운 건 친구 어머니의 노래였다.



서른이 넘어 처음 배우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셨다는 친구 어머니는 나와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만큼 능숙하게 영어를 하셨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샹송이 부르고 싶어 프랑스어를 공부하셨다는 어머니는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끝날 때 즈음 수줍게 프랑스어로 노래를 들려주셨다. 반주 하나 없이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하는 듯 노래하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어떤 매력에 반해 샹송을 부르고 싶어지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노이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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