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에 대한 저의 생각과, 경험, 노력들... 함께 고민해 보실래요?
'번아웃(Burn out)'. 요즘 제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여전히 일은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지치지 않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했고, 여러가지로 스스로를 벼랑 끝에 몰기도 하고, 강한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전진해보려 노력도 해왔는데 요즘은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뭔가 답을 찾아야만 할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상당히 지쳐있다는 것을 어떻게 느끼고 있냐면, 만나는 사람과 상황들이 모두 제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마치 빚쟁이라도 된 듯 여기저기서 쫓기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회사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제게 요청하고 상담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고객들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집에 가면 남편으로서, 아이들의 아빠로서 해야 할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지 어디서든 뭔가(아무래도 각 지점에서의 제 역할이 가진 무게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갑자기 하루 아침에 찾아 온 문제는 아니기에 그동안 여러가지 시도도 해봤습니다. 마라톤도 하고, 책도 읽고, 멘토에게 상담도 해보고, 게임도 해보고, 최근에는 유튜브로 요가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친 마음이 쉬이 달래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계속 불안하고 조급합니다. 지금 내 모습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내 생각이 맞는 것인지 자꾸 되묻게 됩니다.
어떤 날은 조금 편안해진 것 같았다가 또 어떤 날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만큼 우울해지곤 합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가도, 누구와도 창의적인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처럼 기운을 차리기도 하죠. 아직 제 번아웃 증상은 '진행중'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제가 이 증상을 꾸준히 겪으면서도 고민하고 나름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입니다. '번아웃'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증상과 처방, 원인에 대한 분석이 나와있는 것을 보면 이 증상이 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개똥철학에 가깝지만,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본 이유와 대안에 대해 생각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끝나지 않는 무기력과 우울은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잠을 충분히 자고 있나요?
의외로 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겪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바로 수면 시간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어떤 나라의 사람들보다도 수면시간이 짧은 편입니다. 통근길이 너무 멀어서, 업무가 과중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사람이 너무 예민해지게 되어 별 것 아닌 일에도 감정이 축 쳐지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저같은 경우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난 해까지 하루 평균 5시간 수면을 했고, 항상 아침마다 일찍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일찍와서 하는 것은 한쪽에서 꾸벅꾸벅 조는 일이었고, 생산성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허핑턴 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수면혁명>이란 저서에서 충분한 수면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 괜찮은 기분의 유지, 건강한 몸상태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수면 부족은 번아웃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 속 불편한 감정을 혼자 쌓아두고 있진 않나요?
"사회생활 다 그런거지"라는 말이나, 'ㅅㅂ비용'이라는 용어로 가리게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불편한 감정을 혼자 쌓고 있는 것'입니다. 불편한 이야기를 혼자 담아두게 되면 상대는 이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지만 혼자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은 스스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피해자(?)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누군가와 비교하고 있진 않나요?
저같은 경우는 주말에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SNS 1위'가 인스타그램이라고 하던데... 주말에 접속해서 피드를 조금만 훑어보면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화면 속 친구, 동료, 지인들은 모두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것을 사고, 먹고, 즐기는 생활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피드 속에서 그들은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소문난 맛집에 가서 디저트를 즐기며, 항상 연인과 가족과 해외여행을 떠나고 (최소한 제주도라도) 누군가에게 비싼 선물을 받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것만 같죠. 물론 이런 콘텐츠들이 모두 각자의 '편집'에 의해 의도된 이미지만 보여지는 것(누구나 SNS엔 좋은 모습만 올리고 싶은 것이니까요) 이라는 걸 알지만 왜 자꾸 들어갈 때마다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인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있나요?
'바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죠. 항상 나를 찾는 곳이 많고, 내가 해결하는 이슈가 많으며,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피드백을 주는 것이 행복한 사람.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이 오히려 더 번아웃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이 '바쁨'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 때문입니다. 바쁜 일을 마치고 여유가 조금 생겼을 때, 갑자기 찾아오는 공허함 (요샛말로 '현타'). 나보다는 남을 위해 움직이고 그들의 성공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막상 나 혼자 있는 시간이 찾아올 때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 이런 상황들이 번아웃을 일으키게 되곤 합니다.
저는 여기 적어놓은 모든 요소들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요소들이 꾸준히 제게 영향을 끼치며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지속시켰죠. 원인을 알 것 같지만 해결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번아웃에서 해방되기 위한 나의 노력들
회사의 리더로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로서, 한 가정의 아빠이자 가장으로서 반드시 이런 느낌을 해결해 나가야 했습니다. 아직 완전히 극복했다고 자신있게 말하긴 어렵지만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제 노력들은 이렇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귀뜸해주세요!)
죄책감을 버리려 애쓰기
회사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기에 모든 회사의 부정적인 사건과 결과는 제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그렇게 생각해왔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크고 작은 부정적인 일에 대해 항상 예민해져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새해에는 조금 너그럽게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죄책감을 버리고 동료들을 조금 더 믿기로 했고, 저만의 잘못이 아니라 '함께 노력해보고 그렇게 얻게 된 결과는 함께 극복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10년 넘게 해오던 생각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몰입할 취미생활을 찾아보려 애쓰기
저는 어렸을 적부터 비디오게임을 좋아합니다. 지금도 'ㅅㅂ비용'이라는 명목으로 플스4와 닌텐도 스위치 등의 게임기와 다수의 게임DVD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할 때마다 항상 "내가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공부해야 성장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곧 게임이라는 취미를 명목상의 것으로 만드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일부러라도 게임을 조금 더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내가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고 본연의 즐거움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죠. 죄책감이 여전히 저를 따라다니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게임의 매력을 좀 더 온전히 느끼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만드는 중입니다.
나에게 맞는 운동하기 (요가, 러닝)
운동이야말로 제 마음의 가장 큰 탈출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러닝을 시작한지 약 1년 6개월 정도가 되었고, 그동안 다수의 10km, 하프코스 완주와 한 번의 풀코스 완주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달리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으니까' 달렸습니다. 풀코스에 도전했던 것도 사실 대단한 목적이나 의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달리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기왕이면 오래 달리고 싶으니까' 달렸던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추워서 조금 몸을 사리고 있지만(이래서 더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나봅니다) 앞으로도 평생 달릴 것입니다.
요가는 최근에 시작했습니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추우니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운동이 뭘까 생각해보니 요가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잘 굽혀지지 않는 허리를 보고 여러 자세를 취해보며 처음으로 햄스트링이 당기는 고통도 맛보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운동이기에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 (아, 저처럼 처음 요가를 해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유튜브 요가소년 추천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운동은 오로지 자신의 몸 상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몸이 힘들면 다른 것을 생각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자신의 몸 상태가 괜찮은지에 대해 더 집중하기 때문이죠. 잡생각에 빠져 스스로 고통받는 것보다는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온전히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기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장 동료나 가족 등은 그런 존재가 될 수도, 혹은 그렇게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쪽이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인 즉슨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속마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꾸 무언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려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삶에 크게 참견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끔은 냉정한 조언까지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만 그런 존재를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위한 여행떠나기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동굴'이라고도 표현하더라구요.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누리며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제가 가장 갖기 어려우면서도 한 번 쯤은 갖고 싶은 것이 바로 이 '동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한 방법으로 여행을 추천합니다. 여행은 거창하게 떠나는 길고 먼 해외여행일수도, 하루짜리 짧은 여행일수도, 반나절 동안 어딘가에 가서 누리는 혼자만의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일정에 쫓기지도, 외부 연락에 독촉받지도, 반드시 해야하는 의무감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는 그런 시간/공간이 필요합니다. 그곳에서 스스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말을 걸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답답함도 어느 정도는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잠을 자는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더 나은 생산성과 사리분별을 위한 투자이자 성장이라고 생각하고, 7시간 이상 매일 잘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새해가 되어 출근시간을 기존보다 조금 늦추고 한시간이라도 일찍 자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늦게자는 오래된 습관이 있는 탓에 12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려고 합니다. 확실히 새해들어 조금이라도 수면 시간을 늘렸더니 자고 일어난 뒤의 컨디션이나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같은 느낌도 받습니다.
극복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나만의 방법을 찾는 중
위에 설명한 원인과 극복 노력들은 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건 느끼지 못하건)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과 무기력증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력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역시 그렇습니다. 원인도 다각도로 생각해보고 다양한 나름의 처방도 해보지만, 아직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극복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공감하는 분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댓글로, 혹은 또다른 누군가의 글로도 좋습니다. 감정은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고민해야 조금 더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글에 공감하신다면, 여러분의 이야기도 들려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