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의 영화 <컨택트>
※본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부산국제영화제 티켓팅에 실패해 개봉 후 보게 된 영화 <컨택트>. 근데 더울 때보다 지금처럼 한겨울이 이 영화에 더 어울린다. 부국제에서도 영화 제목이 <컨택트>였는데 원작 <Arrival>이 더 영화에 맞는 주제 같다. 그리고 포스터도 상 자랑하듯이 나열하는 것보다 원작을 살리는 방향으로 하지... 여러모로 아쉽다.
2. 미래는 언제나 두렵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래는 두려운 존재다.
영화에 등장한 '미래의 무서움'은 두 번 나온다. 외계 생물이 등장했을 때, 우리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주인공이 자신의 미래를 완벽히 볼 때. 미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항상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전자는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다는 점에서 생기는 감정이라면, 후자는 반대다. 앞으로 닥칠 위험들로부터 올 고통을 알기에 무섭다. 영화 <컨택트>의 전개는 이 두 가지 두려움이 서로 맞닿아 있다.
외계 생명체가 주는 '무지의 두려움'이 '앎의 두려움'으로 변하면서 우리는 영화를 통해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3.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모든 미래를 받아들인다. 미래의 기쁨도 슬픔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화는 자신의 미래를 바꾸려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정반대라 흥미로웠다. 3000년이나 먼 미래에서 온 외계인을 만나서가 아닐까. 보통 미래를 변화시키려는 행동은 인간 중심 사고에서 온다.
자신의 숙명을 거스르는 오이디푸스는 위대한 인간상으로 꼽힌다. 인간은 시간도 환경도 거스르려는 시도를 하는 위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넓은 우주를 만나는 순간 인간은 작아진다. 그곳에 다른 생명체가 있으면 더 그렇다. 외계인을 만나는 순간 우리는 한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로 전락한다. 우리가 거창하게 생각하는 인생도 달라진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그냥 주어진 인생을 살다가 죽는, 숙명을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4. 외계인이 나타나서 나한테 미래를 보게 해준다고 하자.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냥 미래를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것 같다. 아직까진 미래가 '무지의 두려움'으로 남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