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없는 일상생활

왠지 더 바쁘다

by 루힌

#이번 주는 올해 거의 처음으로 출근없이 집-카페만 들락날락거렸다.

6개월 만에 집 정리를 제대로 하다보니

유통기한 지난 라면부터 언제 샀는 지 기억나지 않는 냉동식품이 많아서

좀 속상했다.

맞벌이다보니 (심지어 같은 회사, 같은 팀이었다보니) 집에서 밥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새 라면을 채워놓고, 냉장고에 언제 넣었는 지 모르는 배달식품들을 좀 정리하고 나니

좀 가벼워졌다.


#6-7년 정도 여기저기 회사를 다녔다. 대부분 강남에 있고, 지금 집은 일산이다.

출퇴근 시간만 왕복 3시간 정도 걸리고 집에서 씻고 정리하는 시간을 합치면 저녁있는 삶은 거의 불가능하다.

올해 1월에 운이 좋게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을 잠깐 해봤는데, 아내도 되게 좋아했다.

매 저녁 밥을 해 먹을 수 있고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빨래가 밀리지 않을 수 있고

가끔, 아내를 데리러 갈 수도 있으니까 (그땐 퍼지기 직전의 차가 있었다)

지난 회사에서 보고서와 업무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사실 내가 뭘 하며 살았더라? 생각이 가물가물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6개월이 지났고 반팔을 입고 있었다.


#퇴사는 두 달 정도 걸렸다. 회사에선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 윗선과 안 부딪히게 조절 잘 해주겠다 등 꽤 매력적인 얘기들을 해왔지만 그냥 퇴사하기로 했다.

도전적인 MBTI답게 (EMTJ이다)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었지만,

마케팅팀임에도 매주 보고서괴롭힘을 당해아 하는 현실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이런저런 제안과 회유와 감언이설로 두 달이 걸렸다. 퇴사한 이번 주에도 팀장님은 전화와 연락이 계속 왔다.

일을 잘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이제 잘 모르겠다.


#팀장이 퇴사한다고 들었다. 나한텐 우리 유종의미를 위해 8월 월간보고 쓰고 퇴사하자더니, 다음주에 홀랑 나간단다. 여러 번 데였지만 역시 사람은 믿는 게 아니다. 어제까진 아침부터 연락이 오던 팀장이 오늘은 연락이 오지 않는다. 필요에 의한 관계니까.


오히려 회사다녔을 때가 사건이 더 적었다. 나오고 나니 매 시간이 사건이다.

다행히 내가 올린 광고보고서 템플릿은 생각보다 마케터들에게 관심이 많다.

난 레벨이 되게 낮은 보고서라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나보다.

아내의 말처럼 초보가 왕초보에게 비법을 전수해줄 수도 있는 거니까.


기다리는 일이 참 쉽지 않다. 프리랜서 플랫폼에 여러 군데 지원을 해두고, 몇 사이트에 글도 올려놨는데

기다리면 연락이 온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시간이 참....


오늘도 화이팅을 외치며 노트북을 열었다.

어딘가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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