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인 아빠

미안할 행동은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한다

by 이보소

누구나 스트레스는 있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것도 어른의 덕목 중 하나인데 세돌을 바라보는 남아와 함께하는 아빠란 자를 평가하자면, 나는 여전히 어른이 아닌 것 같다. 퇴근 후 저녁, 아기에게 감정을 담아 스트레스를 방출한 못난 의 이야기를 끼적거려 본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나만 하는 야근도 지긋하여 퇴근을 해버렸다. 내일 일정을 고려하면 일처리를 하고 가는 게 맞지만 야근을 하냐는 와이프의 카톡에, 이어 전달 된 아기가 아빠랑 샤워를 하겠다 한다는 메시지에 가방을 메었다. 회사일은 회사에 놓고 와야 하는 것. 스트레스와 함께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에서 내고 나서야 오후 동안의 본가 가족 카톡이 생각났다. 무슨 일이 있었던 듯한, 본가에 없어 상황은 알 수가 없는 이야기들. 업무 중간에 전화 한 통화해도 됐을 것을. 쉴 틈 없는 회사 덕에 집 앞에 다 와서야 아버지에게 겨우 전화를 했다.

아버지는 배에 복수가 차서 응급실에 가셨다 했다. 배가 부풀어 오르니 불편했는데 수를 빼고 나니 이제야 조금은 식사를 수 있다는 이야기. 이야기의 끝은 항상 똑같이 괜찮다 걱정 말라였다. 결혼을 했다는, 본가와 떨어져 있다는 갖가지 이유로 상황조차 몰랐던 아들. 죄송했다. 화를 끊고 나니 습한 밤공기가 우울함과 함께 콧 속으로 힘껏 들어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건지. 다운된 마음을 식히려 단지 한 바퀴를 돌고 들어까 했지만 샤워를 하겠다는 아기가 기다리고 있음에, 아기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겠다 싶에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판단은 패착이었다.


설거지며 장난감이며 모든 게 어우런진 난장판의 현장이었다. 지친 몸을 쉬려면 신나 있는 기를 잠재워야 했고 그러려면 우선 아기를 씻겨야 했다. 을 갈아입고 단히 세수를 하고 아기에게 샤워를 하자 했다. 아기는 엄마랑 책을 봐야 한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마냥 기다리기에는 한참이 걸릴 것 같아 우선은 여 있는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설거지를 마무리할 때쯤 책을 다 읽고 돌아다니는 듯 한 아기의 움직임을 보 눈높이를 맞춰 다시 샤워를 하자 했다. 그러자기는 자기 다른 책을 봐야 한다며 제안을 또 거부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일어나 물개똥! 고릴라똥! 하며 머리를 콩콩 쳤다. 인내와 함께 그대로 13KG의 아기를 들고 화장실을 향했다. 아기는 여전히 샤워할 생각이 없었다. 기 욕조에 물을 계속 틀어 놓고 동물 피규어를 갖고 놀았다. 욕조의 물은 이내 가득 찼고 물을 끄려 하니 아기는 짜증을 부리며 저지를 했다. 물은 욕조 바깥으로 한참이나 넘치고 흘렀다. 흐르는 물만큼 힘듦이 몰려왔다. 여전히 샤워에 응할 생각이 없는 천진난만 한 아기. 물 낭비라고 하며 단호하게 샤워기를 껐더니 아기는 신경질을 부리더니 거품 비누를 계족 짜기 시작했다. 조그만 손에 넘치도록 가득해진 거품 비누. 이제는 샤워를 해야 돼- 라며 아기 손에 있는 거품 비누를 빼서 몸에 묻혔더니 아기는 자기 비누를 가져갔다며 손에 남아 있는 비누를 내 얼굴에 퍽하고 묻혔다. 인내심의 한계선이 넘어선 순간이었다. 물이 가득한 아기 욕조 물로 얼굴을 닦아내고는 아기에게 훈계를 하기로 했다. 아기의 분노도 동시에 발생한 지도 모른 채. 아기는 자신의 욕조 물에 비누가 들어갔다고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분에 못 이겨 눈과 머리를 때렸다. 조그만 아기의 신경질에 이노옴- 하며 큰 소리를 냈다. 훈계를 가장한 호통에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아기는 아빠의 공격적인 반응에 놀라 헉구역질을 하다가 토를 했다.


회사에 나가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벌써 반년이 되어간다. 반년 중에서도 조금의 쉼이 있다면 그래도 다닐만하다 하겠으나 반년 내내 계속되니 사람이 점점 피폐해져 간다. 여유를 표방하는 삶에 있어서 쫄림이 계속되니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켭켭이 쌓여 간다. 트레스야 내가 자초한 일인데 그렇다고 천진난만한 아기에게 그 감정을 전달할 게 있었나. 세상을 더 살아간 자로서, 아빠로서 참 못난 짓이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은 알려줘야 하지만 세 돌 전의 아기 입장에서 고함은 깜짝 놀랄 일이었다. 미안하다. 반성한다. 샤워를 마치고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억지로 입맞춤까지는 했지만 뭔가 주눅이 든 아기는 평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보통은 잘 때까지 장난을 치는데 눈치를 쓱 보더니 동물 인형을 들고 엄마에게로 갔다. 고 일어나면 다시 사과를 해야겠다. 남자 대 남자로. 감정적으로 얘기해서 미안다고 사랑함에는 절대 변함이 없다고 말이다.


KakaoTalk_20240922_195810565.jpg 미안합니다 사랑하는 아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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