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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잇티레터

[독일편1] Intergeneratioal Living

vol10. 애매한 시점에 보내는 HAPPY NEW YEAR!

by 향기찾기

독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는 김에 독일의 소셜섹터 이벤트나 네트워킹 행사가 있으면 참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요. 마침 잇티레터 4호에서 다뤘던 독일 사회적기업 Wohn:Sinn의 한 프로젝트에서 ‘housing party’를 연다길래 메일을 드려봤어요! 답신으로 온 설명을 읽어도 이게 그래서 어떤 행사인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프리젠테이션을 한다길래 ‘뭐라도 있겠지-’하고 무작정 찾아가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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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걸. 마을 장터에 작은 천막 하나가 쳐져 있고, 부스에 계시는 담당자분께서 큐앤에이를 작게 진행하시는 게 전부더라구요.. 저도 담당자분도 약간은 당황했지만, (서로 부족한) 영어로 짧게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Intergenerationl housing project’, 즉 세대 간 주거공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곳이었는데요. 현재 가장 어린 입주민은 4세, 가장 나이가 많은 입주민은 80대까지 있다고 하더라구요.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대갈등이 사회적이슈라는 말을 해주시기도 했어요. 하나의 레퍼런스를 마주한 계기로 ‘세대 간 공동주거’를 통한 사회문제해결에 궁금증이 생겨 이를 이번 호의 주제로 삼게 되었습니다.

117256_2596257_1736097882950913875.png [출처: polychrom 홈페이지]

독일 잉겔하임주의 ‘POLYCHROM’ 프로젝트

코하우징(co-housing) 형태의 공동체주거는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1인가구의 증가에 따른 주거대안으로 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되었고,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는데요. 초기에는 시니어를 타겟으로 시작되었다가 최근에는 영유아부터 노인세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사는 세대통합형 코하우징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죠.


‘POLYCHROM’은 2009년 DRK 마인츠(독일 적십자)가 잉겔하임 지구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시작되어서, 세대 간 주택에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1년 반 정도를 매주 만나 발전시킨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주목할 점은 GeWIn eG라는 주거 협동조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협동조합형 주거는 소유권이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협동조합 공동체에 속하는 모델을 말해요. 주택을 임대하려면 협동조합의 회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협동 조합형 주택은 비영리 운영을 통해 임대료가 시장 임대료보다 저렴하게 책정되고, 수년 동안 최소한으로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인하될 수도 있어요. 회원들(입주민)의 출자금과 월 임대료는 주거 운영비용과 유지 관리를 충당하는 수준에서 책정된다고 해요. 이러한 모델은 ‘임대료 상한제’로 주거를 좀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도록 해주며, 개인 주택과 달리 공동 공간까지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인 것 같네요.


POLYCHROM의 비전은 모든 연령이 섞일 수 있는 이웃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싱글, 커플, 가족, 어린이부터 노인 그리고 모든 사회적 계층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주거형태를 시도하죠.

117256_2596257_1736097983983627959.png [출처: polychrom 홈페이지]


일단 건축물은 총 6개 동에 걸쳐 41개의 주거 단위로 이루어졌고, 공동 놀이방, 공유 주방 등 다양한 연령의 소셜 컨택이 일어날 수 있는 공동 공간이 있어요. 개별 아파트 모두 노인 및 장애인 친화적으로 설계되었고 친환경 에너지 절약 시스템도 갖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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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프로젝트에서 세대통합을 위한 프로그램도 따로 진행하는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내부 플랫폼을 통해서 이웃 지원 활동이 이뤄진다고 해요. 장보기 대행, 디지털 문제 해결, 병원 방문 동행, 대화 상대 제공 이런 일상적인 활동들에 대해서 말이죠. 무엇보다 육아나 부모 세대 돌봄에 있어서 적합한 환경인 것 같아요.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의 시설 밖에서도 안정적으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서울시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

한국 또한 '세대 간 공동주거'를 통해 청년들의 주거 문제와 시니어 고립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한지붕 세대공감’사업이 진행된 바 있어요. 이 사업은 유럽, 일본의 주거공유 정책 사례를 레퍼런스 삼아, 대학가 인근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장노년이 빈 방을 대학생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고, 어르신들은 고립감을 해소하며 작은 용돈 벌이도 하실 수 있죠.


[참고 자료]
(1) POLYCHROM Information for new members and interested parties

(2) 서용식, “따로 또 같이 …'세대 믹스' 주택에선 나이드는 게 즐겁다”, 매일경제, 2023.11.23

(3) 허새나(2016), 다(多)세대 사회의 세대통합 : 세대공감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희망제작소


어떠셨어요?

주거와 도시재생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법에 대해 흥미가 생겼어요. 요즘 사촌언니가 육아로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부부 둘이 아이 하나를 케어하는 게 이렇게나 힘들구나 실감했는데요.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자고 아이를 어떻게 바르게 양육해야 할 지 친척들에 고민을 늘어놓는 걸 보면서 이런 세대 간의 교류가 있는 공동체 주거 라이프스타일이 육아 문제 (혹은 다른 다양한 사회문제도)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저도 원가정을 벗어나 생활할 때 이런 형태의 포용적 주거를 시도해볼 수도 있겠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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