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텃밭 도시농부 라이프기록(10)
#1. 마지막 수확이다. 배추 여섯포기와 상추가 꽤 묵직하다. 이렇게 올 3월부터 가꿔온 솔이텃밭 도시농부 라이프가 끝났다.
-
#2. 방울토마토, 고추, 딸기, 대파, 가지, 당귀, 바질, 당근, 열무, 치커리, 명이, 배추, 무 그리고 여러 종류의 상추까지 3평도 되지 않은 작은 땅에서 넘칠 정도로 풍족한 수확물을 얻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선물할 수 있었고 열무김치, 깍두기, 바질페스토, 가지밥,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에 도전해볼 수 있었다.
-
#3. 살면서 생각보다 성취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텃밭 라이프는 나에게 다양한 종류의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었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언가의 성장을 가꾸고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일 줄이야.
-
#4. 무엇보다 나 역시 성장했다. 비료 뿌리고 모종 심는 법도 알게 되었고 가지치기도 겁내지 않게 되었다. 왜 김장이 11월 초에 하는 지도 알게 되었고 어떤 무가 맛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오전 오후, 각 계절마다의 하늘, 공기, 햇살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 비료 냄새 가득한 흙 냄새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렇게 써보니 성장보다는 인생의 밀도가 조금 더 높아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 듯 하다.
-
#5. 때론 귀찮기도 했지만 텃밭이라는 갈 곳이 있는 게 좋았다.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물을 주고 채소들의 안부를 물으면서 경이롭기까지 했다. 내가 이 세상에 무언가를 창조하고 보살필 수 있다니! 신이 되었다는 거만함이 아니라 나의 쓸모를 하나 발견한 가녀린 안도의 마음이다.
-
#6. 오빠는 텃밭 마지막 날이라 홀가분해 했다. 나 따라 다니느라 수고했다.
-
#7. 내년에도 솔이텃밭 또 도전할 것이다. 올해 보다 더 잘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래 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뽑기 운을 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