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 번째 완독책 ★★★☆☆
#1. 고등학교, 대학교 때 일본소설에 빠져 있던 적이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 역시 그때 접한 작가였다. 서점에서 그의 이름을 간만에 발견하니 꽤 반갑다. 그리고 이라부와도 재회했다.
#2. 이라부는 오쿠다 히데오 소설 속의 메인 주인공이다. 유쾌하고 괴상한 정신과 의사. 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신작이 17년만에 돌아온 것이다. 와, 시간 정말 빠르다. 이라부가 주인공인 <공중그네> 를 읽고 " 너무 유쾌하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기억도 족히 10년은 넘은 기억일테니 말이다.
#3. 이번 <라디오 체조> 에서는 5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청률이라는 목적 앞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PD, 세상의 불의와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분노를 참다 못해 과호흡이 오는 직장인,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주식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트레이더, 광장공포증을 겪는 피아니스트,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기 어려워하며 대인기피(사회불안장애)를 겪는 대학생.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라 몰입하기 쉬웠다.
#4. 그 중, 광장공포증을 겪는 피아니스트가 가장 공감되었다. 광장공포증은 광장이나 공공 장소, 특히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공포를 느끼는 불안장애이다. 터널 속에서 영화관 그리고 비행기에서도 갑작스러운 불안을 느끼는 모습이 내가 종종 느끼는 폐소공포와 비슷하다.
#5. 이런 상황들 앞에서 오히려 의사 이라부는 오히려 심플하다. Why So Serious? 느낌이랄까. 공포,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실제보다 훨씬 확대되어 해석되기 쉽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면 그 뒤에는 책임감, 예의와 같이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규범이 있다. '정상' '옮음' 이라는 확고한 기준이 오히려 우리를 옭아 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라부의 처방은 '비정상'적인 것 처럼 보인다. '정상'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급부인 '비정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 모습이 매우 유쾌하고 느긋해지고 해소가 된다.
#6. 뭐 이런 의시가 다 있나, 기가 막힐 지경이였지만, 얼렁뚱땅한 이런 태도에 치유가 되는 것도 사릴이었다. 사람은 적당히 살아도 좋을지 모르겠다.- 25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