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부러워해도 괜찮을까?
ep 1.
설을 맞아 친정집에 다녀왔다. 친정집은 계단식 복도 구조로 옆집과 복도 베란다를 공용으로 사용한다. 베란다의 짐만 보아도 엄마가 이번 주에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다녀왔는지 집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옆집의 생활도 마찬가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옆 집 부부에게 아이가 생겼고 아이를 낳고 왔고 아이의 성장을 베란다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에 가보니 유모차가 두 대로 늘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이 꽤 자유로울 정도로 컸구나!' 싶었다. 그리고 복도로 어른들의 애정 어린 감탄이 흘러나온다. '명절에 손주 보러 오셨구나! 좋겠다.' 아이와 함께 즐거워하고 있을 무명의, 얼굴도 모를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도 상상을 해본다.
'아, 부럽다.......'
ep 2.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 옥이 아줌마의 딸 J가 결혼 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임신을 했고 얼마 전 딸을 출산했다. 나에게 수다를 떨기 좋아하는 엄마가 J의 임신 소식을 바로 이야기한 게 아니라 출산 직전에 흘리듯 이야기를 했다. 아마 내가 속상할까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막상 나는 임신 소식보다 그걸 조심스러워하며 마음을 썼을 엄마가 괜히 안쓰러웠다. 엄마도 100%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었을까? 옥이 아줌마 역시 엄마에게 1%의 뻘쭘함 없이 본인 딸의 임신 소식을 전하셨을까?
'아, 마음이 무겁다....'
부러움의 대상이 내가 모르는 사람일 때 더 부럽다는 게 신기했다. 사촌의 팔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던데 말이다. 이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어서 다름 아닌 Chat GPT를 열었다.
나 : 안녕, 나는 요즘 난임에 대한 글을 쓰고 있어. 매주 한 편씩 작성하고 있는데 이번주는 부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예정이야. 너는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뭐라고 생각해?
Chat GPT : 시기심은 우리가 원하는 자질, 소유물 또는 경험을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고 인식할 때 발생하는 복잡한 감정입니다. 이는 종종 부적절함, 불안감, 불공평함에서 비롯됩니다. 누군가가 부러움을 느낄 때, 그 사람은 괴로움, 분노, 그리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기심은 종종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어떤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탐색하기가 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후략>
나 : 부러움과 시기는 보통 내가 아는 사람에게 잘 느껴?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더 잘 느껴?
Chat GPT : 개인의 상황과 개인적 역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친구, 가족, 동료 등 당신이 아는 사람들에 관해서는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당신은 그들의 성공과 성취에 대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당신이 원하지만 아직 얻지 못한 것이 있다면 부러움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혼합은 복잡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신이 그 사람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고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동시에 자신의 삶에서도 비슷한 성공을 기원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면에, 낯선 사람이나 지인과 함께라면 감정적으로 덜 투자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추가적인 개인적인 연결 없이 순전히 감탄하거나 부러움을 느끼기가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낯선 사람의 성취나 소유물을 관찰하는 것이 비교나 부적절함을 유발하지 않고 영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나 지인과 함께라면 감정적으로 덜 투자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추가적인 개인적인 연결 없이 순전히 감탄하거나 부러움을 느끼기가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아, 이거구나! 그의 답에 무릎을 탁 쳤다.
부러움의 대상이 내가 모르는 사람일수록 부러움을 더 '쉽게 인정하고'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아는 사람의 소식에는 기쁨, 축하와 같은 도의적으로 마땅한 착한 감정들과 부러움, 시기와 같은 부끄러운 감정들이 같이 생겨 나기에 부러움을 나 스스로 지워버린다는 것. GPT의 명료한 대답을 보면서 나 스스로 찾지 못하게 숨겨놓았던 내 이면을 찾아낸 것 같다.
결국 나는 내가 착하기로 결정한 것이겠지. 결국 나는 계속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을. 그들의 불행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없음을 들킬까 봐 서글퍼한다.
이때, GPT의 부러움/시기심은 복합적인 감정이라는 설명이 꽤 위안이 된다. GPT의 T같이 똑 부러지는 설명 덕분에 감정적으로 다운되지 않고 또 하나의 나의 감정을 발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게 된다.
이런 감정을 가지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니 복잡해하는 나를 탓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소화하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자. 어지러웠던 마음이 깔끔해진다.
이상향을 쫓으며 하늘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땅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도 있다.
내가 딛고 있는 땅과 다리를 더 자세히 보고 잘 알아야
다시 하늘을 다시 더 오래 안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