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주 1회 채소를 다듬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이모저모 공유합니다.
다진마늘이 똑 떨어졌습니다. ‘어이쿠’ 마음이 철렁합니다. 다진마늘이 없는 한식은 아무리 조미료의 힘을 빌려도 2%가 모자란 것 같습니다. 냉장고를 탈탈 털어 먹을 때도 다른 채소들은 쉽게 대체제를 찾을 수 있어요. 파는 쪽파로, 감자는 고구마로, 양파는 파프리카로 말이죠. 그러나 마늘은 마늘만이 마늘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늘의 부재는 다른 채소보다 더 치명적으로 느껴집니다.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저는 마늘을 ‘사랑’이라 정의합니다. 마늘을 다듬는 과정은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은 소분된 깐 마늘이나 다진마늘 완제품을 구입해 수고를 덜 수 있지만, 예전부터 "직접 다듬은 마늘이 가장 맛있다"라는 엄마의 이야기가 떠올라 가급적 통마늘을 구입하려고 합니다.
먼저 마늘 줄기를 잘라내고, 그 위를 단단히 감싸고 있는 겉껍질을 벗깁니다. 손에 힘을 주어 마늘 하나 하나 분리하다보면 마늘 특유의 강렬한 냄새가 코끝을 찌릅니다. 분리한 마늘을 잠시 물에 담가 껍질을 불립니다. 이렇게 하면 마늘 쪽들이 훨씬 부드럽게 분리되고 속껍질을 벗겨내기 쉽답니다. 작은 과도를 꺼내어 마늘 한 쪽 한 쪽 딱딱한 뿌리 부분을 살짝 도려내며 껍질을 벗겨냅니다. 약간 노란빛이 도는 흰색을 띤 마늘 알맹이가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게 같은 작업을 반복하니 허리가 뻐근합니다. 왜 엄마가 마늘을 다듬을 때 앉아서 TV를 보면서 ‘세월아 네월아’ 다듬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이 마늘들을 잘라 절구, 믹서기 등에 넣어서 다져서 소분하면 생각보다 ‘애걔걔’ 노력에 비해 그 양은 적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 시원한 가을 바람과 함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시어머님이었습니다. 내용물은 다름 아닌 다진마늘. 무려 10봉 넘게 소분하여 보내주셨습니다. 얼마나 많은 마늘을 다듬으신거지? 감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하니 2시간 넘게 준비했으니 더 잘 챙겨 먹으라 하십니다. 그 번거로움을 너무나 잘 알기에 정성과 시간이 저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큰 사랑으로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이런 번거로움도 기꺼이 감수하게 하는 것. 다진 마늘의 감칠맛이 꽉 찬 반찬을 입에 한가득 넣으면서 생각해봅니다.
p.s. 너 ‘마늘’, 사랑한다 했잖아~ 이 글 읽으면서 이 노래 떠올렸다면??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