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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Jan 10. 2024

'사람 보는 눈' 없는 내가, 좋은 사람 알아보는 법

-곁을 내줘도 좋을 사람과 피해야 할 사람

 나 이번에 됐어, 공모전.

눈꺼풀에 모래주머니를 얹어 놓은 듯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한때 드라마 좀 써보겠다고 깝죽거리고(?) 다닐 때,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글동무다. 


"뭐 해?"

"누워서 책 보다... 졸고 있었어."

"나... 이번에 됐어. 공모전"

"대~~~애박!!"

"최우수 없는 우수래."

"그럼, 최우수나 다름없는 거잖아! 축하해! 잘했다!"

"고마워"

"와~내가 낳고 기르진 않았지만, 정말 자랑스러운? 잘됐다. 진짜"

" 뭐야~ 왜 이렇게 좋아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언니가 당선된 줄 알겠어"

"그러게! 진짜 주책이다. 와~잠이 다 깨네 ^ ^ "


정말 그랬다. 애써 무언가를 하기엔 나른하고 애매했던 오후, 졸음은

마치 물고기가 수면을 차고 솟아오르듯 순간 사라져 버렸다.

유선상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그녀를 꼭 끌어안고 축하해 줬으리라.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기분 어때? 내가 이렇게 좋은데, 넌 얼마나 좋겠어!!"

"그게... 있지... 흑..흑흑... ..."

"... ... 울어?"


나는 당연히 그녀의 흐느낌이 기쁨과 환희의 몸부림을 담은 눈물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건 오롯이 그녀의 영광이기 때문에, 나는 방해하지 않고 기다기로 했다.


"고마워, 이제야 진짜 축하를 받은 것 같아, 언니가 처음이야 진심으로 축하해 준 사람"


발표시간 10분 전부터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하면서 결과를 확인했다는 그녀.

당선작과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주변 지인(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했다고 했다.

'어? 진짜?', '니께 됐다고?' ,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암튼 축하해'

함께 기뻐해 줄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 너 놀랐다고 했다. 

그들은 함께 공모전을 준비했던 스터디 글동무였단다. 

어쩜 그럴 수가 있냐고~ 공모전 준비하면서 서로 으쌰~ 으쌰~ 했던 사람 다 어디 갔느냐며~ 

그렇게 한참을 울컥울컥 하며 설움을 쏟아 냈다.

... 그 사람들 나빴네.

00아, 넌 어쩜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니~ 걱정이다, 진짜.

예전에 드라마 보조작가 시절, 모시던 선생님이 내게 늘 하시던 말씀이었다. 

난 사람들의 단점보단 장점이 더 먼저 보는 편이고, 

(물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러했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순진무구 맹숭맹숭 보였겠지만, 

그런 나도 사람 보는 눈이 어느 정도(?)는 있다.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를 분별하는 방법 의외로 쉽다.

'기쁨을 나눴더니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눴더니 약점이 되었다.'라는 말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나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친구인지를 확인해 보면 된다. 

사실 어렸을 땐 이걸 분별하지 못해서 무수히 많은 감정과 시간과 체력을 허비하곤 했다.

기쁨을 나눴더니 시기 질투 섞인 앞담화를 슬픔과 고민을 나눴더니 조롱 섞인 험담이 난무하더라.

그런 시행착오 끝에 나는 이제 곁을 내어 주어도 좋은 사람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피해야 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 분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 분별력으로 누군가의 기쁨을 보면 그 사람이 그 기쁨을 누리기까지 

애쓰고, 희생하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알고 있다.

그녀가 공모전을 위해 하루 15시간씩 앉아서 글을 썼다는 것을.

단 한 편의 영화도 놓치지 않고 모니터 하고 로그라인을 정리했다는 것을.

(후에 그녀는 이 엄청난 족보를 아무 대가 없이 내게 주기까지 했다)

집필실이 없어, 아메리카노가 제일 싼 커피숍을 찾아다녔다는 것을.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는 것을.


나의 글동무 그녀가, 당선의 기쁨을 누리기까지 

애쓰고, 희생하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적어도) 나보다는 더 노력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이' 진심으로 기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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