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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Sep 26. 2022

<세상에 착한 어른은 많다.>

"당신은 착한 어른인가요?"

어린이(아이)를 도울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아이는 다양한 만남(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시기에 누구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부모, 친구, 선생님 그리고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할 많은 경험들... 어느 만남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지난여름 오랜만에 재래시장을 갔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아파트 현관에 바로 편의점이 있고, 평소 생필품은 대형 마트나 동네 중소형 마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집에서 두 정거장이나 떨어진 재래시장을 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날은 그냥 문득(정말 문득) 재래시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재래시장에 가면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그리고 열심히 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며칠 째 한 줄도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던 무기력한 마음에 마중물을 붓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해본다. ^^ 


 몸을 좀 움직여 볼 생각에 갈 때는 걸어갔지만, 한여름 땡볕에 이미 머릿속과 등줄기에 땀이 계곡 물줄기(?)처럼 흐르고 있어 집엔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 생각에 정류장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 장을 봤는지 크고 작은 검은 봉투를 양손에 주렁주렁 쥐고 있는 중년의 아주머니, 시장 입구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는지 약봉투를 접에 쥔 노부부,,,시장 안엔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시장 입구에는 고등학교가 있는 곳이라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도 있었고,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메고 있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우리 모두는 마을버스가 좁은 시장 도로 끝에서 코너를 도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링크 안에서 아하게 스파이럴을 하는 피겨 선수처럼 좁은 시장 골목 코너를 매끄럽게 빠져나오는 운전기사의 운전 솜씨에 감탄하면서... 문득 저 버스 기사님은 하루에 몇 번이나 저 코너를 돌았을까? 몇 년 동안 이 코스의 운행하셨을까? 뭐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버스는 정확하게 도로 위 버스 정차 선에 맞춰 멈췄고 승객들은 서로 눈치 게임을 하듯 하지만, 나름 차례대로  버스 안으로 올라탔지. 종점에 승객들을 내려주고 바로 회차해 다시 새롭게 승객을 맞이하는 버스 안은 에어컨의 냉기가 남아 있어 무척 시원했단다. 운 좋게 창 쪽 빈자리에 앉을 수 있어 한여름 녹음이 짙어지고 있는 가로수에 시선을 두고 있던 그때... 


 "잔액이 부족합니다"


 시선이 간 곳에 한 남학생(고등학교 교복이더구나)이 어정쩡한 몸짓으로 아니 정확하게 "그대로 멈춰라!" 자세가 되어 버스 안 카드 단말기 앞에 서 있었다. 아이쿠 저런... 아마도 티머니에 잔액이 부족했던 것 같았다. 아이는 많이 당황한 듯 보였다. 그래, 그런 상황이라면 어른인 엄마도 당황할 만한 상황이니까...

 아이는 당황한 마음에 카드를 단말기에 여러 번 대었고, 그때마다 야속하게 잔액이 부족하다는 확인음만 반복되었다. 그러는 동안 학생 뒤에 순서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버스 안으로 올라타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는 모양새에 버스 기사님의 인내력은 결국 한계에 닿았던 것 같다.


 "학생이 말이야! 카드에 잔액이 있는지 없는지 미리미리 잘 확인해야지!"

 "카드 안되면 현금으로 내!"


 버스 기사님의 짜증 섞인 다그침에 가방 안을 뒤적이는, 교복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는 아이의 몸짓이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야속하게도 아이의 가방 안에도 주머니에도 버스비만큼의 현금은 갖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요즘엔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티머니에 돈을 넣어 두면 편의점에서 간식이나 간편식을 사 먹을 수 있기도 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현금을 많이 갖고 등교하는 것을 지양하는 분위기여서 더 그런 듯하다. 머피의 법칙처럼 꼭 이런 순간에  꼭 그런 일이 벌어지고야 만다



 

"고맙습니다. 착한 어른 처음 봤어요." 


 아이를 더 지켜볼 수 없었다. 왜냐면 그 아이가 마치 내 아이 같았거든. 우리 아이 같았거든. "어린이(아이)를 도울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엄마는 말이야 늘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 ^^ 지갑을 열어보니 마침 천 원짜리가 몇 장 있었다. 다행이지 뭐니! ^^ 요금통에 아이를 대신해 버스 요금을 넣고 아이에게 "오늘도 즐겁게 지내. 더운데 고생한다 공부하느라." 인사하고 한껏 주눅들어 쳐진 아이의 어깨를 톡톡 두르려 주었다. 덜~그덕 버스가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다시 내 자리(?)를 찾아가는 내 뒤에서 아이는 잔뜩 주눅 든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착한 어른 처음 봤어요."라고 말했어. 맙소사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만난 어른들은 대체 어떤 어른들이었을까?라는 안타까움에 말이야.  


 대대손손 호의호식할 수 있었지만, 전재산을 청산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에 앞장선 어른. 

 본래 그렇게 먹고살아도 되는 변호사였지만, 스스로 아스팔트 위 불꽃이 되어 누구보다 뜨거웠던 어른. 

 당신도 가난했지만, 글밥 먹겠다는 제자들 꿈 지켜주기 위해 적금까지 해지해 지원해 줬던 어른, 

...... 

 이곳에 미처 다 적지 못하지만 엄마가 자라면서 만났던 착한 어른들이 이렇게나 많았단다.

 

 아이는 학원이 많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내렸다. 내리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미처 말해주지 못한 말들이 계속 맴돌았단다. "아이야, 세상에는 착한 어른이 많단다."라는 이 말을... 무더웠던 어느 날 먹먹함으로 다가왔던 그날의 일을 이제 성인이 된 너에게도 공유하고 싶었어. 내 아이도 멋진 어른, 착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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