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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찾는아이 Oct 13. 2021

잃어버리기.

"칠칠 맞은 애는 예나 지금이나..."

아, 지갑 어디갔지?


 또 시작이다. 아침 출근 길에 가져가야할 지갑이 어디로 갔는지 있어야 할 곳에 보이지 않는다. 분명 지갑은 책상 위 아니면 가방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내 삶의 정상적인 패턴인데. 순간 당황해서 서랍부터 옷장, 주방까지 막 뒤적이기 시작한다. 뭐지. 귀신이 씌였나. 한 몇 분을 찾다가 시간에 쫒기듯 결국 포기하고 지갑을 대체할 NFC 기능이 있는 휴대폰만 들고서 출근했다.


 출근하면서도 지갑은 어디있을까 한참 궁리했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내 기억에는 지갑을 집에다가 잘 둔 것 같았는데. 의문만 가득한 아침이 시작된다. 그렇게 한참 생각하고서 출근한 내 책상. 그제서야 갑자기 불현듯 어제의 일이 떠오른다. 인터넷으로 인증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어 운전면허증을 보고 있었던 나의 모습. 그렇다면 나의 지갑은... 설마 해서 책상 옆에 있는 서랍을 열어본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떡하니 나찾았냐며 피식 웃는 듯한 지갑이 저기 잘 앉아있다.




 이상하게 난 어릴 때부터 '칠칠맞게' 무언가를 잘 잃어버리고 다녔다. 어릴때야 당연히 무언가를 소중히 갖고서 다닌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곳에 정신 팔려서 어디에다가 두었는지를 까먹거나, 아무 생각 없이 물건들을 두었다가 다른 물건에 끼어서 못 찾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갖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 어릴 때에는 새뱃돈을 받으면 꼭 내가 가져야 했다. 부모님께 맡기면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꼭 내가 가져서 문방구와 슈퍼에서 쓰고 싶었다. 부모님이 너 잃어버리니까 달라고 하는데도 끝끝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한참 친구들하고 논다고 갖고 갔다가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새뱃돈은 찾을 길이 없었다. 새뱃돈 돌아오라고 통곡을 했지만, 그 돈이 누구 맘대로 돌아오던가. 




 아무튼 우리 삶은 무언가 잃어버리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 대학생 때에는 개인 USB를 잃어버려서 멘탈이 무너져서, 한참동안 한강공원에서 USB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반은 복구했지만, 반은 날렸었다. 그런데 우리네들 삶에서 한번도 자신의 물건이나 소중한 것들을 안 잃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릴 때에는 나처럼 칠칠 맞게 흘리고 다닌다고 부모님께 혼도 났을 것이고. 잃어버린 것을 찾기란 참 쉽지가 않아서, 안타깝게 보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소중한 것들은 곁에 있을 때에는 그 중요함을 잘 모른다. 그러나 잃어버리고 난 뒤에,  부재를 깨닫는 순간.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했는지를 깊이 느끼게 된다. 출장 갔을 때 다 챙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갖고온 펜은 파란색 플러스펜 말고는 없어서 검정색 펜을 사기 위해 뛰어가야했을 때!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잃어버리면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힘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떠난 것이 아쉽고 발을 동동 구를 만큼 절박한 것들일 수 있다. 그러나 부재는 신의 '배려'이자 '경고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순간들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보라는 시그널이라고 생각해보면 마음이 한결 달라짐을 느낀다. 지금 내가 길을 잘못 가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내가 지금 괜찮은건지 되짚어보라는 하나의 신호.


 더 나아가서, 이렇게 생각해보면 잃어버림은 우리들의 삶에서 가지고 있던 것들을 다시 내려놓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보라는 축복된 의미가 아닐까.  그래서 때로는 잃어버려도 좋겠다. 잃어버려야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되고, 새로 채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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