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대전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고객사에 납품된 장비를 24시간 가동하며 한 달간 테스트를 진행해야 했죠. 저는 야간 근무를 맡아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12시간씩 일했습니다. 낮밤이 바뀌는 생활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출장 마지막 날, 쉬었다 갈까 고민했지만 “그래, 얼른 집 가서 푹 자자!”라고 마음을 정하고 곧장 복귀길에 올랐습니다. 밤을 꼬박 새우고도 나름 괜찮아 보여서 무사히 집까지 도착했습니다.
수면 패턴을 바로 돌려놓으려면 너무 오래 자면 안 될 것 같아, “잠깐만 눈 붙이고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하며 알람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씻어야 하기에 욕실로 향했고, 거울을 보며 세수를 시작했죠. 손에 물을 묻히고 클렌징 폼을 짜서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손이 자동으로 머리로 올라가 샴푸를 짜고 있더군요. “응..?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분명 세수만 하려고 들어왔는데, 눈은 반쯤 감겨 있고 머리는 이미 거품 투성이였습니다. 결국 머리까지 감았으니,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몸까지 닦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수하러 갔다가 샤워까지’라는 공식이 또 한 번 성립된 날이었죠.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몸이 먼저 움직일 정도면, 내가 정말 많이 피곤했구나..’ 반복된 일상 속에서 습관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신기합니다. 몸은 기억하고, 습관은 무의식중에도 작동하죠. 그래서 요즘엔 더 자주 생각합니다. ‘나를 아끼는 습관’을 만들어야겠다고요. 물 마시기, 스트레칭하기, 제때 자기. 하나하나 사소해 보이지만 결국 그것들이 쌓여서 나를 지키는 건강한 하루를 만들더라고요.
그날의 샤워 해프닝도 결국엔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신호였던 것 같습니다. 혹시 요즘 여러분도 바쁜 일상에 치여 무심코 하루를 보내고 있진 않나요? 가끔은 거울을 보며 이렇게 물어보세요. “오늘 너, 괜찮았어?”
P.S. 평소엔 꼭 샤워합니다..! 저때는 너무 피곤해서 세수라도 하고 자려했어요.. 믿어주세요 :)
"작은 습관이
큰 운명을 결정짓는다"
- 조지프 머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