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눈은 떴지만 도무지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은 날. 머릿속엔 해야 할 일이 떠오르는데도 몸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일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도무지 몸이 움직여주지 않죠. ‘나 왜 이러지?’ 하며 스스로를 다그치다 보면 오히려 하루가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꼭 나쁜 날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생산성’에 익숙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해야만 의미가 있는 하루처럼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 휴식조차 스케줄에 넣곤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에, 쉬어가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심리치료사 에이미 모린은 “에너지와 감정은 소진되기 전에 반드시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죠.
예전엔 이런 날이 오면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억지로 계획을 짜고, 무언가라도 하려고 애쓰곤 했지요. 하지만 어느 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마음이 정리되고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른 경험을 한 이후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멈춘다는 것의 힘’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달까요. 그래서 요즘은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 그 하루를 느슨하게 흘려보내는 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물론, 이는 무기력에 빠지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다시 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보낸 하루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이유 없이 하루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셔도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오늘이, 내일을 위한 가장 좋은 준비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우리는 멈춰 있을 때도 삶의 중심에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장 생산적인 일이
'쉬는 것'일 때도 있다."
- 마크 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