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친구의 결혼 소식을 축하하며 다섯 명이 모여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졌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리운전을 불렀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기사님께서 내비게이션을 확인하시더니, 약 5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하시더군요. 평소 같았으면 조용히 앉아 이동했겠지만, 그날은 왠지 기사님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수많은 사람과 차량을 경험하셨을 그분께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기사님께 가볍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기사님께서 운전하신 차량 중에 제일 비싼 차가 뭐였나요?” 기사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람보르기니 우르스, 벤틀리, 벤츠 마이바흐. 스포츠카 말고는 거의 다 몰아본 것 같네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웬만한 자동차 박람회 못지않은 경험을 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그중에 운전하기 제일 편했던 차는 뭐였나요? 반대로 제일 불편했던 차는 어떤 차였나요?” 기사님께서는 웃으며 브랜드마다 장단점이 뚜렷하고, 가격이 높다고 꼭 편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더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혹시 일하시면서 진상 손님을 만난 적은 없으신가요?”. “어우, 왜 없겠어요. 엄청 많죠” 술에 취해 화를 내거나, 정치 이야기를 꺼내 성향을 캐묻는 손님, 어린데 반말하며 폭력을 휘두르려는 손님까지. 듣는 제 마음까지 불편해지더군요.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기사님의 말씀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힘든 손님도 있죠. 그런데 또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 만나면, 그날 마무리하고 집 가면서 기분이 되게 좋아요. 오늘 손님 덕분에 집 가서 기분 좋게 자겠네요.”
그 말씀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제가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거창한 일을 해야만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짧은 대화 한마디, 작은 웃음, 따뜻한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누군가의 하루를 밝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그날 느꼈습니다. 저 역시 기사님의 웃음과 친절 덕분에 돌아오는 길이 더 가볍게 느껴졌기에.
결국 사람과의 관계는 이런 작은 마음의 교환에서 더 깊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삶은 바쁘게 흘러가지만, 우리가 건네는 작은 친절 하나가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될 수 있으니. 저도 그날의 대화를 오래 기억하며,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