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다닐 때 친해진 아끼는 동생이 있습니다. 사교성도 좋고 통하는 부분도 많고. 그렇기에 급속도로 동생과 친해졌고, 그 과정에서 동생의 고향 친구를 소개받아 셋이서 자주 모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오랜만에 셋이 모여서 술 한 잔 하자고 연락했는데 동생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동생들에게 각각 연락을 해봤는데, 서로 서운한 일이 있어서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만나서 대화로 풀자고 해도 완강히 거부하는 동생들. 서로 친하게 지낸 시간이 긴 만큼 각자의 의견을 존중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 기분이 풀린다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만약 서운한 상황이 있었을 당시, 둘 중 한 명이라도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어땠을까요? 그 뒤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운한 일이 다시 생길 수도 있지만 '화해'의 중요성을 한 번 경험해 봤기에 금방 풀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서운함을 느끼거나 상대방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한다면 그 상황을 풀고자 바로 화해를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해 봤기에,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기에.
'나도 기분 나빠. 쟤가 사과할 때까지 화해 안 해'
이런 상황에서 누구 하나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결국에는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겠죠.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먼저 사과하면 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화해를 먼저 시도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관계를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죠.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 속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본 사람은 잘 압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죠.
그리고 또한, 화해의 과정에서 사과를 받은 사람은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하는 사람은 성숙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책임감을 가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죠.
평소 다툼이 있을 때,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한다면 다음번에는 먼저 손을 내밀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모두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