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김과장

장수풍뎅이 관찰기

by 김 과장

도통 정이 붙지 않는 회사에 늦지 않겠다고
새벽마다 등골에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지하철역을 향해 뛰고 있는 그를 보자니

사는 게 뭔가 싶구나.

온종일 축축한 흙부스러기 속에 파묻혀 있다가
새벽마다 온몸의 기를 끌어모아
밖이 보이는 벽을 긁고 긁고 긁어 오르려는 그.

그러다가 뒤집어져 한참 동안
6개의 팔다리로 작은 우주를 들어 올리며
허우적거리다가도

결국엔 제자릴 찾아 다시
고귀한 투구,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팔을 뻣는다.

관찰용 투명 플라스틱통을 벗어나려는
장수풍뎅이 의지와 신념을 보자니
저렇게 살아야 되는 건가 싶구나.

플라스틱통으로 들어가는 그
플라스틱통을 벗어나려는 또 다른 그.

한 집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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