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들
덥고 습하고 매연 냄새가 강렬한
빵빵 울리는 클랙슨 소리가 시끄러운
여기는 한여름의 도시 방콕이다.
흐르는 땀을 닦으러 연신 손수건을 꺼냈다 넣었다.
차갑던 생수병은 내 속도 모르고 눈물을 흘리다가,
이내 나처럼 더워져 제 기능을 상실했다.
기진맥진하다 도달한 쇼핑몰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숨을 돌리다 보면
아, 살 것 같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이내 티셔츠 밖으로 나온 팔에 소름이 오돌돌 돋았다.
호텔에서 사거리, 건너편 쇼핑몰에서 다시 길거리,
그러다 마주친 식당, 다시 길거리, 다시 맛사지샵
정신없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머리가 띵할 만큼 정신이 없어졌다.
뭐 하러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나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돌아와서 필름을 살펴보니
시원한 커피와 화려한 음식에 발걸음이 즐거웠던
쇼핑몰이나 호텔에서의 사진은 거의 없었고
매연 냄새나는 도로 위,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지나갔던 인도,
파란불인데도 클락션 울리는 차 눈치를 봤던 횡단보도,
덥다고 투덜대던 길 위의 사진만이 가득했다.
뭐가 그리 좋았는지
한 손에는 손수건을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찰나를 놓칠까 봐 조마조마하며 노출을 맞췄다.
오토바이 탄 사람들을 힐끗거리고
알록달록 헬멧을 바라보다
파란불 신호에 레이싱이 시작될 듯 붕붕거리는 그 차들
그리고 사람들을 찍었다.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증발해 버릴 듯 내리쬐는 태양에
그럴 리 있냐는 듯 메롱하며 샘솟는 땀만큼
정신없이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들이 정신없이 샘솟아 흘러넘친다.
그 이야기들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운 좋게 내 사진에 박제되길.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며
숨이 턱턱 막히던 그 더운 여름을 떠올리고
무질서 속 질서를 만들던 오토바이 행렬 속 파란색 헬맷을 찾아내고
노랑 초록의 딱정벌레 캐릭터 같은 택시를 기억하고
50바트짜리 작은 손수건과 30바트 땡모반 (수박주스)를 그리워하고
땀에 젖은 아빠 품에 안겨 세상모르게 잠들었던 아기를 추억해야지.
여기는
덥고 습하고 매연 냄새까지 강렬한
빵빵 울리는 클랙슨 소리가 시끄러운
그리고 그보다 더 신나는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은
뜨거움이 들썩이는 도시 방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