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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란 Oct 21. 2024

왜 아이들을 보면 카메라를 들까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눈을 쳐다본다.

상대방이 누구이든 어떤 마음이든 어떤 관계이든

사실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저 새로 나타난 존재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그에게 향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고 눈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가게에서, 길을 가다 마주친 아이들은

처음엔 신발과 다리를 보고

고개를 서서히 들어 손에 든 무언가를 보다가

이내 얼굴까지 고개를 들어 올려

그 사이 자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존재를 지긋이 쳐다본다.


반가운 것을 찾은 듯 입을 벌리고 웃기도 하고

더 살펴보고 싶어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기도 한다.

그러다 무뚝뚝한 표정에 금세 시들해지거나

어디선가 만났던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와

앙~하고 울며 고개를 돌린다.


겁 없이 눈을 마주치는 아이를 향해 웃어 보인다.

아이는 조금 수줍어하다 혓바닥이 보이게 입을 벌려 웃는다. 

그 웃음에는 목적이 없다. 그저 순수한 호기심만 있을 뿐이다.

호기심의 상대가 보이는 웃음에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사랑에 빠지듯 마주쳐 웃어줄 뿐이다.


작은 웃음을 더 크게 돌려주는 아이의 모습에서 평화를 느낀다.

눈을 마주치기 두려워하는, 몸집만 커버린 겁이 많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의 눈은 선명하고

미소는 단단하며

마음은 용기가 있다.


이미 커버린 거대한 아이는

나에게도 있었을 그러나 이젠 사라지고 없는 

순수함, 천진한 호기심, 돌아갈 수 없는 시간 같은 것을 한없이 그리워한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

나를 바라보는 저 아이도 언젠가 그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겁 많고 두려운 몸만 큰 어른이 되겠지. 

너무도 싱싱하고 아름답지만 

곧 시들고 말, 결말이 보이는 꽃을 보았을 때 

가슴이 시리고 아팠다.

그런 삭아 없어지는 것이 가지는 서글픈 아름다움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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