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면 이래야지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by 니나

최근 김경일 교수가 출연하는 방송들을 몇 차례 보면서, 내가 개인주의였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었다. 진보성향인 사람과 이야기하면 나는 보수가 되어있었고, 보수성향인 사람과 이야기하면 나는 진보가 되어있었다. 나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그 면면이 제대로 보고 판단할 것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지지하는 사람, 그룹이라면 덮어놓고 찬성하는 나의 가까운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져, 제발 비판적 사고를 가지자는 마음에 한두 마디 했다가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하는 박쥐 같은 인간이 되어 속상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김경일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내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나 외에 다른 개인의 자유도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개인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살아오며 늘 부딪혔던 집단주의, 관계주의는 그동안 나를 '사회화가 덜 된' 인간으로 낙인찍었었고, 그래도 이런 내가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외국계 회사를 나도 모르게 선택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개인주의자였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그동안 크고 작은 집단에 완전히 속하지 못했을 때의 괴리감과 약간의 외로움들이 이해가 되었고, 나의 그간 행동들을 내가 이해하면서 이 책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이 책은 문유철 판사가 스스로 개인주의자라는 점을 공표하면서 합리적 개인주의가 사회 발전에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개인이 주체로 서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고, 집단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2부에서는 타인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하는 그의 따뜻한 시선과 생각이 머문 에피소드들이 함께 하면서 우리는 가까운 타인과 함께여야 행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3부는 여기에서 좀 더 시야를 넓혀, 한국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그래서 개개인이 좀 더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발전해 가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제시한다. 책 초반 문유석 판사는 본인이 사람들을 오히려 피해 다니는 개인주의자라고 선언했지만, 이 책을 다 읽을 때 즈음에는 그의 뜨거운 인류애를 뭉클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문유석 판사만큼이나 내가 좋은 사람이나 대단한 사람은 아니겠지만, 나 또한 사람을 좋아하는 개인주의자이기에 그의 생각과 성향이 나와 비슷함에 동질감을 느꼈고, 뒤로 갈수록 그의 어른스러운 생각과 일침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로란은 할 말은 하는 사람이잖아. 로란님은 솔직하지.' 같은 칭찬인 듯 핀잔인 듯한 말을 들을 때마다 불편했던 기억들이 이 책을 보면서 드문드문 떠올랐고, 그때의 감정들을 이 책을 보며 위로받았다. 간혹 내 행동이나 언사가 집단주의의 튀지 않으려는 문화 안에서는 너무 도드라져, 스스로를 사전 검열하고 입을 먼저 다물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집단이나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는 내 생각과 말이 정당한지? 행동하고 내뱉었을 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타인을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를 생각하는 데에 더 노력을 기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만 들 것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이 좀 더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라며 길을 잃고 헤맨다면, 책장에 꽂아둔 이 책을 다시 꺼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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