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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자 Mar 21. 2022

스타일이 없는 스타일

우유부단함은 덤입니다

작가에게는 저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글작가는 자신만의 문체가 있고 그림 작가에게는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이 있어서 유명 작가의 경우 작품만 봐도 그것이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전시회를 가보면 굳이 시리즈가 아니어도 작품들이 비슷한 느낌들로 모두 한 사람의 작품이구나,,,를 말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자신의 스타일일을 완성해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지금도 모르겠다-) 

어쩌면 한 사람을 표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데 4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짧은 것 같기도 하고, 노력이 짧은 것 같기도 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그것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어떤 교수님은 자신의 스타일과 비슷하게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를 보기도 했다. 그것이 자신의 스타일을 물려받은 제자임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인지, 창작의 시작은 모방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굳건해 학생에게 저절로 물든 것인지... 이렇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고 자신만의 일률적인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동료들도 보았다 나는 게으른 것인지 좋아하는 것이 많아서인지 우유부단한 성격 탓인지 매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것저것 깔짝거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가로 나갈 형편도 그럴만한 열정도 없었기에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 하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과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는 꿈은 여전하기에 손이 굳지 않길 바라며 취미 삼아 이것저것 낙서인 든 연습인 듯 그렇게 그리고 있다.   

이상한 것은 항상 그림을 그리면서도, 그림이 그리고 싶으면서도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한때 만화 같은 그림은 절대 그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입시 미술을 할 때만 해도 애니메이션 실기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캐릭터의 표정이나 포즈를 그려내는 친구들이 신기했고 멋져 보였다. 늘 석고상이나 정물화만 그렸던 나는 만화 같은 그림은 절대 나와 맞지 않다고, 순수미술이 아니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물감 하나 내어놓기 힘들게 되자 디지털로 감정을 표현하고 그림일기를 그리다 보니 그때는 평생 못 그릴 것만 같던 만화스러운 그림을 어느새 그리고 있다. 물론 지금도 표정의 표현은 참 어렵고 잘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내 캐릭터들에 눈이 없는 이유..). 


환경에 따라 이것저것 그려보니 낙서 같은 그림도 좋고 인물화도 좋고 풍경도 좋다. 재료에 따라 다양한 그림의 느낌들도 저마다 참 좋다. 어찌 보기엔 일관성 없어 보이는 나의 그림들.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이 일관적일 뿐이다. 다만 그것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때 좋다. 한 가지 스타일을 잡아야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의미 없는 부담 때문에 그림의 즐거움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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