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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자 Jul 04. 2018

일년

한해를 돌아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불과 일년전 일인데 지금의 나는 나사가 꽤나 빠졌기에..;


벌써 일년인가 싶기도 하고

아직도 겨우 일년인가 싶기도 하고.


실상 아이를 갖기 힘들수 있다는 진단을 받아왔기에 하늘의 뜻에 따르자는 생각으로,

그러면서도 차마 희망을 버리기엔 애매한 심정으로

살아가던 우리에게

아이가 왔다는 신호를 보냈을때

모든 느낌은 처음 부터 입덧이라는 확신에 차있었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마음껏 기대하지 못한채

위가 아픈가 보다 소화가 안되는것같다 하며

마음대로 부풀어대는 기대를 꾹꾹 억눌렀었다.


그렇게 정말 선물처럼 온 아기.


만삭이 다 되도록 출근을 하며 예정일을 2주 정도 남기고 출산휴가에 돌입했고

오랜만의 휴식에 출산휴가라기보다 그저 휴가라는 사실에 들떠있었다.


한동안 못했던 소소한 일들.

라디오듣기, 영화보기, 그림그리기, 멍때리기,

적막한 시간 누리기. 기억도 까마득한 친구만나기.


주말 휴일 이틀을 보내고 실질적 출산휴가로는 이틀째.. 다음날 만나게될 지인들과의 약속에 한껏 기대가 부풀어 있던 나의 바램을 무시한채

아이는 성급하게도 세상의 문을 두드렸다.



여유롭게 그린 그림이 출산전 마지막 그림이 될줄이야. - 그것도 출산 바로 전날-


부풀어 오는 뱃속에서 내 뱃가죽을 불툭대던

그 아이는 뱃속에서 나와 내 가슴에 안겼고

반가움과 함께  그렇게 낯설수가 없었다.

처음봐서 당연한걸까. 내 뱃속에 있었지만

첫 대면은 첫 대면 이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에 나와 내 가슴위로 얹어지던 아이의

따뜻한 무게감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만지면 부서질것 같던 일면식도 없던

이 낯선 작은사람과 어떻게 일년이 훌쩍 갔는지..

아이의 마성은 나를 사랑에 빠지게 했고

모든것이 처음인 아이의 세상은

나에게 세상을 다시 사는 기쁨을 주었고

아이를 향한 감동은 역으로 내 부모님의 마음을

돌아보게 했다.


너무 깊이 사랑에 빠져서 일까

일년이 채 다 가지않은 지금

나는 가끔 마음이 아릿해온다.


뱃속에서 나오면 그때부터 이별 이라고

점점 독립된 사람으로 성장해나갈 아이를

생각하면 괜시리 마음이 저릿저릿 하는것..


이런 생각을 할때면 항상 부모님 마음이 함께 떠오른다. 그네들은 어떠셨을까. 우리가 자라면서

자연스레 무뎌졌을까.


사랑에 빠져버린 부작용이 쓸데없는 노파심인가보다.

아직은 엄마아빠가 세상에 전부인 아이가

나를 향해 웃어줄때 마음껏 행복하고 사랑해야지.


시간이 흐르고 아이만의 세상이 생길때즈음엔

이 마음이 조금은 식어가기를.


생일축하해 우리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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