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에도 잠은 오지 않았지만 집안 어디라도 불빛이 보이면
불나방 마냥 팔딱되며 일어나는 여섯 살 꼬맹이 때문에
다 같이 꾸역꾸역 잠자리에 드는 시간.
각자 자리를 잡고 불을 끄는데 꼬맹이가 하는 말.
엄마, 죽지 말고 잘 살자~!
이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지.
갑작스레 튀어나온 출처를 알 수 없는 아이의 말에 순간 황당.
아이가 평소 하는 말은 때 때로 생뚱맞고 두서없고 황당할 때가 종종 있지만
이유 없이 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바로 어제의 일이건 한 달 전의 일이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순간에서 비롯된 생각들이
순서 없이 어느 순간 떠올라 툭툭 내뱉고는 하는데
함께 지내다 있었던 일일 때는 아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구나 하고 넘어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추리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스무고개를 할 시간이다.
당연히 죽지 말고 잘 살아야지~
근데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어?
무슨 일이 있었어?
친구들이랑 어떤 놀이를 한 거야?
응, **이가 저번에 죽었었데~
이건 또 뭔 소리 , **이는 한 동네 사는 아이로
바로 엊그제도 말짱하게 마주진 어린이집 친구다.
어디가 많이 아팠었다는 이야기를 친구가 꽤나 극단적으로 표현했었나 보다.
장난감에만 관심 있던 아이들이 이제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모양인데
여섯 살은 어떤 이야기 들을 나누는지 궁금하다.
아이는 최근까지도 혼자 노는 게 익숙한지 친구들과 노는 시간보다
혼자 장난감이나 교구를 관찰하고 지내는 시간이 많다며
선생님의 약간은 염려 섞인 연락을 받은 터라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 유독 관심이 가는 것이다.
선생님은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인형놀이나 장난감으로 역할놀이를 해주도록 권해주셨는데
요즘은 하자고 하지 않아도 틈만 나면 놀이를 하자고 조르며
장난감 대신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요맘때 아이들 엄마는 다 알 것이다.
콩순이 대신 콩순이 말을 하고 타요 대신 타요 말을 해야 하는 끝이 없는
역할놀이의 개미지옥을...;
눈높이에 맞춰 함께 놀 때는 같이 즐겁지만
아이의 체력 비해 많이 비루한 엄마의 체력은 금세 소진되고
놀아'주는' 시간이 되어버리면 여간 지치는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요즘 할 말이 부쩍 많아진 아이는 말이 되든 말든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 덕에 웃기도 귀가 따가울 때도 있지만..
이제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그런 이야기를 다시 내게 재잘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