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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Dec 24. 2019

나의 우울에 나는 어쩔 수가 없다

오늘 같이 우울한 날이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무엇을 해도 어디에 있어도 나는 화살이 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낸다. 그래서 문을 닫아걸고 혼자가 되어 스스로 방어막을 만든다. 나를 위한, 또 남을 위한 방어막.


그 방어막은 생각보다 두껍고 단단해서 작은 움직임으로는 쉽게 열리지 않는다. 우울을 벗어나려는 움직임들은 항상 소극적이라 벽을 치는 행위는 내 내면의 가슴만 둥둥 울린다. 그 둥둥 소리가 나는 무섭다. 내가 혼자라는 것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뾰족해져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 그 상처에 더 놀라는 사람은 그가 아닌 나이다. 그럴 때 나는 방어막을 한 겹 더 둘러 암흑 속에 둘러싸인다. 어둠 속에서 무엇도 느끼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조용히 흐느낀다.


이런 나를 꺼내 줄 수 있는 게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우울 속의 나는 그 사람을 대하는 내가 진짜 나일까 봐 두렵다. 나의 자아를 알아챌까 봐, 인정하게 될까 봐 무섭다. 그 모습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보는 것이 날 벼랑 끝으로 내 몬다.


이 우울도 언젠가는 끝이 있고, 또 나는 다시 웃으며 사람들을 대하는 친절함의 갑옷으로 위장할 날도 올 것이다. 차가움과 따뜻함의 간 극을 오가는 나를 언제쯤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나도 또한 나라는 것을 말이다.





별첨. 글을 쓰며 울고 나니 기분이 조금 좋아졌어요. 저에게 지금 글쓰기는 치유의 일환입니다. 이 글의 내용에 누군가는 언짢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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