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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May 22. 2023

달나라에 가는 방법

2023년 5월 17일.

 '달까지 가자'라는 소설이 있다. 세 여성이 이더리움에 탑승하여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야기로, 작가가 실제 차트를 보면서 썼다는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책을 여러 번 읽는 나지만 이 책은 읽는 매 순간 쫄려서 다시 펼치지 못하고 있다.


달까지 가자. 내가 이 표현을 쓸 일은 없었다. 코인은 손도 안댔고, 주식은 발끝만 담갔다 뺐다. 내가 쓴 글이 떡상하면 좋겠지만 출판한 책이 없으니, 판매 부수를 바랄 것도 없다. 월급이 달까지 갈일은 없고, 세금이나 줄여주면 좋겠지만……바램은 바램일 뿐이다. 그러니까 내가 달나라에 갈 일은 없다. 현실적으로도, 비유적으로도.

 

 권고사직을 당한 나보다 실장님의 얼굴이 더 어두웠다. 사무실의 무거운 공기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스스로도 놀랄만큼 덤덤했다. 오늘 아침까지 출근하기 싫다며 울던 난데, 더 이상 출근할 곳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책이나 웹툰에서 봤던 권고사직은 좀 더 어둡고, 끔찍한 일이었다. 잘 굴러가는 세상에서 똑 떨어져 나와버렸다던가, 더 이상 나의 쓸모를 느끼지 못한다던가. 권고사직을 즐겁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긴, 생계가 끊겼는데 즐거운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나도 그래야하는데, 그런 기분을 느껴야할텐데. 통장에 채 백만원이 없고, 도와줄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나인데 어째서 권고사직을 당한 그 순간 느낀 건 홀가분함이었을까.

 21살부터 2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정말 쉬지않고 열심히 일했다. 수면장애가 생기고 우울증이 심해져도 일을 멈출 순 없었다. 어쨌든 나를 책임져야하는 나였기에, 몸이 망가져가는 걸 알면서도 그만둘 수 없었다. 어쩌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강제로 멈춰주기를, 어쩔 수 없이 쉰다고 말할 수 있기를.

 무덤덤한 나를 보며 상사들은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울고불고 소리치진 않더라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게 맞지 않나. 평범하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 한 뒤 저녁을 먹었다. 맥주 몇 잔을 마신 뒤 글쓰기 모임에 나갔고 오늘 나에게 있었던 일을 써내렸다.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하게.  

 

 오늘 나에게 떨어진 주제는 달나라에 가는 방법이다. 책의 제목을 듣자마자 달까지 가자라는 소설이 떠올랐고, 이더리움에 탑승한 세 여성의 이야기가 생각났고, 백수가 된 내 미래가 보였다. 월급이나 자산은 달까지 갈 순 없겠지만, 자유를 느끼는 마음은 달나라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달나라로 가는 방법은, 다름 아닌 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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