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지만

by thinking cloud


원룸촌 원룸에 살기에 적당한 나이랄 건 없지만 내가 사는 원룸촌의 사람들은 꽤 어리다. 적어도 나보다는.

스물에 대학 진학이나 사회생활을 목표적으로 원룸촌에 입성하는 독립러는 원룸 생활이 팔 년 차든 십이 년 차든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되지만, 늦은 나이에 시작한 원룸촌 생활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스물에 입성하여 이제 막 서른 된 원룸러,

서른에 입성하여 이제 막 마흔 된 원룸러.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나이를 많이 따지는 사회다. 지하철도 만 65세 이상 우대권이 나오고, 나이트에는 연식 든 사람은 입장도 안 시켜준다고 한다. 미성년과 성년의 경계에 있는 청춘들은 얼마나 조바심을 내고 설레는가. 워킹홀리데이를 더 이상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들었던 실망감이 고개를 든다. 평소에 나이 생각하며 살 일이 크게 없어서, 가끔 늘어난 고것의 무게를 알아차릴 때 놀라곤 한다.


서른이면, 정말 아무거나 시작할 수 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나이였다. 돈을 모았든 아니든, 직장을 잡았든 아니든 상관없다. 배째라고 내밀어도 안 찢어지는 나이다. 혹 찢어져도 금방 아문다. 그래서 나도 당시에 호기롭게 독립을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근데 마흔은 좀 다르다. 배째라고 버티면 '나이 먹고 왜 저래?'라고 지은 죄 없이 욕을 먹는다. 배 대신 멘탈이 찢어진다.


친구들을 만나면 은연중에 비교한다. 차라리 본가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친구라면 얘기할 거리가 없다. 원룸에 살고 있는 자체가 평가의 여지를 주는 것이다.


남자들의 서열은 1. 차, 2. 집, 3. 여자 친구 (부인)의 미모로 결정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여자들의 서열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차보다는 집이고 집보다도 신랑의 능력이다. 돈이 최고라는 주의는 버리고 싶지만, 신혼집으로 신축 아파트에 들어간 친구 집에 놀러 갈 때와 두 칸짜리 빌라 전세에서 신혼집을 차린 친구 집에 놀러 갈 때 기분이 다르다. 전자의 집에 놀러 갈 때 같은 식사를 대접받더라도 마음이 더 편하다. 그 두 친구들은 내가 지금도 희망동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 놀라워한다.

- 뭐? 아직도?

두 친구의 반응이 찍어낸 듯 똑같다. 내가 두 친구의 집을 비교할 주제가 아닌 것이다.


주거시설의 평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기준점으로 봐도 마흔에 원룸 월세란 기준 미달이다. 대외적으로 무시당하기 딱 쉽다. 결혼정보 시장에 여자 나이 서른여덟, 원룸 월세 거주라고 들이밀었다가 중개료도 못 내보고 까일 수 있다. 아니면 똑같은 조건의 상대를 소개받거나.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도 이런 사람이 있다고 듣는다면 반사 신경이 말했을 것이다. 그 나이 먹도록 뭐했대?


그럼 나는 속으로 웅얼거리겠지.

- 먹다가 체를 좀 많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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