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신발장 정리를 한다고? 신발장 정리를 다하고는 책상에 앉거나 노트를 펼치고 펜을 드는 게 아니라 다른 할 일을 찾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의식을 치르는 것 같이 느껴진다. 글을 쓰기 전에 주변 정리 정돈을 깔끔하게 하고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글을 쓸 준비가 되어야 하나보다. 어떤 글을 써야 하지? 떠오르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의 키워들이 뒤죽박죽 머릿속에서 떠다니지만 정작 첫 단어, 첫 문장을 쓰기는 여간 곤욕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매일 한 편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글을 쓴다는 건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할 수도 있고 계획이나 일기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 미워 죽겠다면 욕을 써도 글이 될 수 있다. 무슨 글이든 쓰면 그만인 것을 매일 아침 정시에 맞춰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무거운 부담을 느꼈다.
그런 고민만을 하다가는 아마도 평생 글을 쓰는 시작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매일 한 편 글쓰기는 나에게 있어 대단한 도전이다.
일단 그냥 무작정 시작하고 보기로 했다.
공개적인 글은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개입도 있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한다는 것은 내가 약속을 지키는지 감시를 해 줄 불특정 다수에게 얘기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올 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내년이 판타지소설 같은 드라마틱한 세상이 펼쳐질 상상이나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단지 2024년 12월에는 얼마 전 시작한 매일 글쓰기를 1년 동안 꾸준히 해온 나를 다시 마주하고 싶다. 그것이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다가 올 새해를 준비하는 나의 단 한 가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