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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 Dec 10. 2023

글쓰기는 저의 비상약입니다.

매일 한 편 글쓰기


급하게 비상약을 먹어도 증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3년째 겪는 증상이지만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불안과 공황은 매번 낯설고 공포스럽다.  

오늘 경주 성적은 -오늘도 나빴다.-이다. 나쁘다는 기준은 기대했던 성적 이하의 결과를 의미한다. 그렇게 이번 주 경주를 마무리하고 간단한 짐을 챙겨서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3년 전 공황으로  쓰러진 이후부터는 운전을 잘하지 않게 되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불길한 전화가 왔다. 수의사에게 걸려온 전화인데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나에게 수의사나 마방 직원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열에 아홉은 안 좋은 소식이다. 마침 오늘 진료 예약을 해놓은 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진단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전화를 했던 것이다. 전화를 끊고 옅은 숨만 조심스럽게 내뱉으면서 잠시 눈을 감고 짓누르는 가슴을 진정시켜 보려 애썼다.

경주마라는 자산을 맡긴 투자자에게 수익을 내줘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500kg을 육박하는 대동물을 관리한다는 것은  마치 500kg의 덩치 큰 어린 아기를 돌보는 것과 같다. 돌발적인 행동으로 사고 발생 위험 또한 높다. 무엇보다 말을 할 수 없는 동물이다 보니 어디가 아픈지, 상태가 어떤지는 엄마가 어린 아기에게 온 신경세포가 향해있듯 나는 말에게 향해있어야 알 수 있다. 특히나 말이 부상이나 질병이 생겼을 때 그 말의 계획이 재수정되어야 하고 그 상황을 투자자인 마주에게 보고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매번 버겁다.  10년을  넘게 해오고  있고 앞으로 20년을 더 해나가야 할 일이지만 여전히 적응과 익숙함보다는 늘 처음 해보는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처럼 불안은 더 심해졌다.

언젠가부터 노트와 만년필을 스마트폰과 함께 항상 들고 다니게 되었다.  내가 하루 한 편 글을 쓰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불안하거나 내 머리와 마음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쓰고 정리를 하기 위함이다. 내 마음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과 총알 같은 걱정과 불안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내게는 노트와 펜이다.

일과를 정리하고 나면 너덜너덜 지쳐있는 몸을 의자에 던져 놓는다. 그리고 하루 종일 끄적였던 감정의 노트를 꺼내서 나를 일으켜 세울 준비를 한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어떤 의지도 10프로를 넘지 않지만 1프로의 의지라도 남아있으면 그 힘을 글쓰기에 전부 쏟는다. 내가 나를 바라봐 주고 나를 위로해 주고 내게 용기를 주는, 뭐랄까.. 의식이랄까. 캄캄한 바다를 표류하는 나에게 글쓰기는 저 멀리서 나를 비추는 등대와 같다.

느닷없이 나를 덮쳐버리는 불행에 대한 방어기제나 비법 같은 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불행을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솔루션은 글쓰기가 해결해 준다.

그래서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나와 마주하는 시간 동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내일에 한 번 더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안이 없어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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