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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은 당연하다.

by 이신우


행복이란 뭘까?

누구나가 행복을 바라지만 행복은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오늘은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경기가 있었다. 이런 경우는 이례적인 경우다. 주말이 크리스마스였으면 주말이니까 으례히 경마를 시행하겠거니 하지만 월요일에 경마를 시행하는 경우는 작년까지는 없었지만 올 해만해도 두 번째.(회사 운영상 불가피하게 경주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함)


내가 훈련한 말은 오늘 세 개 경주에 출전을 했다. 세 경기 중 한 경주는 우승을 기대할 만한 경주였다. 결과는 4등. 예전 같으면 우승을 못했다는 자괴감과 실망스러움, 여러 감정들로 스스로를 괴롭혔을 것이다. 또한 그 경주에서 다른 말이 우리 말을 이겼다는 분함과 질투심으로 끙끙 앓았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오늘 경주의 결과가 흡족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내 기분이 무덤덤했다. 분하고 괴로워할 만한 에너지조차 없는 것일까? 아니면 최근 계속되는 저조한 성적에 감정이 무뎌진 것일까? 무슨 이유에서든 일단 이번 주 경주가 끝났다는 것 자체가 안도감을 주었다.


내일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새벽훈련이 없는 화요일. 고양이 두 마리를 차에 태우고 크리스마스 저녁을 보내기 위해 가까이 사는 친척 집으로 왔다. 회사에 있는 좁은 방에서만 지내느라 답답했을 법도 한데 오래간만에 넓은 복층 아파트를 오르락내리락 뛰어다니며 신나해하는 나의 반려묘 깐부와 던킨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가족들이 준비한 각종 요리와 크리스마스 만찬과 어울리는 먹음직스러운 레드와인은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실감 나게 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없지만 따뜻한 조명으로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진한 포도향이 제대로 숙성된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면서 드는 생각이 "이게 행복이지. 행복이 별거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오늘 경주에서, 경쟁에서 패배를 했고 헤어진 연인과 함께하는 근사한 크리스마스 저녁은 아니었지만 오늘 먹은 삼겹살은 한우 투뿔 보다 맛있었고 붉은 와인은 벨벳 카펫만큼 부드러웠다.


TV와 SNS 속에는 연인과 친구들, 가족들과 멋진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양손 한가득 선물을 들고 각자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잠깐은 부러웠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불행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역시 타인과의 비교가 불행의 근원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지금 당장 아픈 곳 없고 배도 적당히 부르고 따뜻한 거실 소파에 기대어 무슨 영화를 볼까 리모컨 버튼만 눌러대도 누구 하나 나를 제지하지 않는 이 공간과 이 순간. 이 또한 행복이 아닐까.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어떤 일들이 닥쳐올지 알 수 없지만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자.


행복이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이유가 행복이란 것이 마음속 귀중한 곳에 있어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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