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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나 관계에 따라 동물이나 인간이나 다를 것이 없다

by 이신우

어릴 때부터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맞벌이 부모님과 나이 차이가 좀 있는 두 명의 오빠가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일까.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탔던 나에게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는 특별한 가족이자 친구였다.

반려견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면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아마도 반려 동물에겐 사람과 달리 기대하는 것 없이 일방적인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이어서가 아닐까. 그들 역시 나에게 큰 기대를 하거나 인간처럼 상처를 주거나 실망을 안기지 않는다는 큰 이유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동물도 동물 나름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나는 반려묘 두 마리와 동거 중인 집사이다. 이름은 깐부와 던킨이다. 또한 경주마라는 동물을 다루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재 서울 경마장에서 35마리의 경주마를 관리하고 있다. 내 기분이나 상태가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깐부와 던킨은 늘 사랑스럽다. 하지만 경주마는 그렇게 다가오지 않는다. 인간 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내지만 상황에 따라 경주마는 다르게 다가온다. 아마도 가족 같은 반련 동물과 동물이지만 직업으로서의 동업자, 또는 협업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관리하는 경주마의 성적에 따라 나의 수입도, 지위와, 명성이 달라지다 보니 말이라는 동물은 결코 마음 편히 함께 할 수 있는 반려동물은 절대 될 수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매주 주말이면 경기가 열린다. 한 경기, 한 경기, 경주 결과에 따라 많은 감정들이 교차한다. 올 해는 유난히 힘든 나날들이 많았다. 당분간 말이라는 동물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난 오늘 제주행 저녁 비행기를 타고 2박 3일 제주에 있는 여러 경주마 목장을 방문해야 하는 출장 일정이 잡혀있다.


알고 지내는 경마 팬 한 명이 있다. 그 팬은 내가 관리하는 경주마 중 oooo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그에게는 그 경주마가 자신의 idol horse라고 한다.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깐부와 던킨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oooo를 바라보는 그 팬의 모습을 보고 동물이던 인간이던 나와 어떤 관계이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 온 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깐부와 던킨이 지친 나를 반겨준다. 존재만으로 나에게 위로가 되고 미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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