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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우 Apr 01. 2024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이 결국 나를 버티게 한다.

행복의 발견


누구에게나 다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다. 너무 미워서 놓고 싶은데,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나에게도 그런 사람 혹은, 그런 존재들이 몇몇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했다면 다 죽여 버리고 지금 무기징역 혹은 사형수가 되었을 거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이기보다는 나의 밥줄을 쥐고 있는 존재들이 아닐까 싶다. 일명 나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존재들.

누군가에게는 직장 상사일 수 있고 고객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구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나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대상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번 글은 나의 밥줄을 쥐고 있는 존재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릴 적 운동에 소질이 있고 운동을 좋아해서 체육학과에 진학했다. 동물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운이 좋게도 재능과 좋아하는 것이 잘 맞아 그렇게 선택한 직업이 경주마를 타고 달리는 기수였다. 그리고 지금은 경주마를 훈련하는 조교사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나름 성공적인 인생이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니. 그런데 일을 하고 산다는 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마주들에게는 귀한 재산인 ‘말’을 관리하면서 승부의 세계에서 성과까지 내야 하는 직업인 조교사. 그런 조교사인 나는 항상 좋은 결과로 마주들에게 보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자존심이 있는 대로 짓밟힌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핑계, 또는 변명을 댄다면 밥줄이 끊어지는 수순을 밟을 위험이 크다.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과정이 좋다고 해서 백 프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는 늘 최선을 다하지만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종종 있어서 그럴 때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일은 동호회 모임이나 동아리 활동, 또는 취미생활이 아니다. 주고받는 것이 분명하다. 내 일도 마찬가지다. 주고받음의 균형이 깨졌을 때는 마주와의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 균열의 조짐이 느껴질 때면 공포가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수시로 다짐한다. 어떠한 갑질에도 견뎌야 한다고. 마주들의 말과 행동이 도를 넘어설 때는 계약관계를 깨자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올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최선을 다해 꾹꾹 눌러 버린다. 나는 그렇다. 배가 아픈 것보다 배가 고픈 것이 더 무섭다.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이루고자 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간다. 하지만 막상 꿈을 이루고 그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는 더 이상 꿈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수십 번 이곳을 떠나 새로운 곳,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그곳마저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만 있는 곳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지금 여기 경마장이 내게는 가장 행복한 곳일 수 있지 않을까.

쉬운 것만 있고 극복해야 할 허들이 없다면 성장은 없을 것이다. 물론 자존심이 상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아 위축될 때는 어디든 숨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열심히 관리하고 훈련한 말이 경주에서 우승을 해주고 마주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를 떠올리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게 해주는 것 또한 이 직업이다.      

때로는 죽도록 밉고, 미워서 떠나고 싶은 그들을 떠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놓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비참하고 비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들이 있어 내가 꿈을 꿀 수도 꿈을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꿈꾸고 함께 꿈을 이뤄가는 동반자이자 내 꿈을 이뤄주는 사람들이기도 한 것이다.      

결국,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이 결국 나를 버티게 한다. 그들은 항상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 힘듦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만약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만 존재한다면 내 삶은 그저 그런 삶이 되었을 것이다. 성장보다는 안주하는 삶. 조금의 어려움도 이기지 못하는 삶. 한마디로 무르고 내공 없는 삶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삶을 살아간다. 만약 오늘의 상처 찌꺼기들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면, 앞으로는 나는 내일이 오기 전에 그 지꺼기들을 다 비울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삶의 자세로 살아가려 한다. 상처받은 그 찌꺼기들을 비워내지 못하고 켜켜이 쌓아 둔다면 더 이상 나에게는 성장을 채울 그릇의 빈 공간이 없을 것이다. 그 찌꺼기들이 사람들에게서 받는 상처, 질타, 짓밟히는 자존심이라면 더 빨리 비워내는 연습을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쭉쭉 성장해나갈 수 있는 준비된 내가 되고자 한다.      

쉬운 길만 택한다면 나라는 그릇에 조금만 불편한 것이 채워져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상황이 되었든 그것들을 극복했을 때 내가 꿈꾸는 ‘뭐든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해 감사할 줄 알자. 그 모든 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조력자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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