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리조 Jul 29. 2020

좋아하는 유튜버가 생겼다

순수한 감사의 마음으로 올리는 글 

 나는 영상에 집중하지 못한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며 여기저기서 인터넷 강의가 생겨났다. 멀리 학원에 가지 않고도 유명한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인강의 최대 장점이었다. 이동 시간도 아깝다고 느껴지던 수험생 시절, 나도 인강에 도전했었다. 직강보다 조금 저렴한 데다가 놓친 부분은 돌려서 볼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동하는 1시간을 아끼려다 딴짓으로 3시간을 날려버리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나는 학습 의욕만 넘쳤을 뿐 집중력도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내 성향을 알고 나서는 무조건 직강을 들었다. 일단 가서 앉아 있으면 인터넷 할 때처럼 대놓고 옆으로 새는 일은 없으니 이동 시간이 아까워도 직강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일본어를 공부하면서도 꾸역꾸역 학원에 나갔고, 임용을 준비하면서도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안타깝게도 9호선 개통 전이라) 노량진에 다녔다. 홈트가 유행하는 걸 알면서도, 집에 매트니 폼롤러니 밴드니 훌라후프니 다 사놓고도, 비싼 돈 내고 학원에 다녔다. 의지가 약하니 돈이라도 써야. 


 돈을 내면 일단 출석은 하는 게 또 나의 특징이라 열심히 다니고 있었지만 올해는 변수가 생겨버렸다. 코로나 때문에 2월부터 운동을 갈 수 없었다. 벌써 6개월째, 퇴근하고 오면 어깨도 뭉쳐서 불편하고 배는 점점 더 나오고 몸무게 저울은 점점 앞으로만 나아가고. 휴우~ 밤마다 소파에 늘어져 있으니 남편이 유튜브를 틀어주기 시작했다. 조금씩 따라 해 봤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었다. 힘든 건 못 따라 하니 못 보고, 안 힘든 건 지루해서 잠이 오니 못 보고. 




 누워서 하는 자세는 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가 어렵다고 '서서 운동'을 검색하다가 기존의 운동 영상들과 차원이 다른 채널을 찾고 말았다! 숨을 마시고 내쉬고를 '오-예'로 표현하면서 운동하는 분의 표정은 다채롭게 변했다. 지칠 때면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시스터'를 외치며 영상을 끄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 날아갑니다. 뱃살 날아갑니다. 갑니다. 갑니다. 갑니다.'라는 행복한 노래까지 불러주니 땀이 나는데도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다음 동작이 작게 표시되니 나처럼 둔한 사람도 끊김 없이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영상이 끝나면 아쉽다는 마음이 앞서서 다른 영상을 쭉 훑어보고 할 만한 것들을 찾아 또 누르게 된다. 


이런 멘트들 너무 행복함 

 

 운동을 하다가 영상 속 인물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영상을 더 찾아봤다, 처음으로. 삐약스핏(구 주원홈트)의 주인공 주원 언니는 50킬로를 운동으로 감량하신 분이었다! 20대 초반에는 104킬로까지 나갔다고 한다. 빼는 것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는데 그 어려운 걸 십 년 넘게 해 오시는 분이었다. 다이어트를 하게 된 계기는 지나가던 모르는 남자가 던진 말 때문이었다고. 104킬로였던 스무 살 시절 미용실에 갔다가 자아도취 심정으로 압구정동을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 창문이 열리더니 어떤 남자가 그 몸으로 치마 입지 말라며 쌍욕을 했단다. 주원 언니가 이 얘기를 하는 영상을 보면서 나까지 흥분했다.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왜 이런 말을 하고 지나가냐고,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는 거냐고 남편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남편 말이, 그러게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우쒸.


 스무 살의 여린 가슴에 크나큰 상처를 입은 주원 언니는 죽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틀간 식음을 전폐했지만 어디선가 날아오는 만두 냄새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나도 모르게 박수, 짝짝짝. 다이어트 방법도 제대로 모르고 무작정 살을 뺐다가 건강이 망가졌던 경험, 10킬로를 뺐다가 금세 더 쪄버리는 요요를 겪은 경험을 떠올리면서 왜 이런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을까 생각했단다. 좀처럼 영상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영웅담을 보듯 주원 언니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입을 헤벌리고 나도 다시 날씬해질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을 혼잣말처럼 늘어놓자 남편이 또 장난을 걸어온다. 일단 100킬로까지 갔다가 성공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내가 100킬로까지 살을 찌울 수 있을까 물어보니 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우쒸!





 운동이 끝나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집에 들어올 때마다 남편은 재밌었냐고 물어봤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같았다. 운동이 재밌겠냐고. 그런데 주원 언니 영상을 따라 하면서는 운동이 재미있다. 나처럼 심각한 운동치도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을 만한 영상이 많다. 꾸준히 하다 보면 나도 언니처럼 날씬해질 거라는 기대감이 몽글몽글 솟아난다. 



* 혼자 보기 아까워서 추천해 봅니다. 주원 언니와 저는 일면식도 없어요! 저는 서서 하는 뱃살운동과 모래시계 운동을 추천합니다. 두둠칫 운동 같은 영상도 재미있어요. 유튜브 <삐약스핏> 검색하시면 됩니다. 우리 함께 건강해져요♡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당당한 뚜벅이로 우뚝 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