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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조 Oct 08. 2020

한글날 특집 인터뷰를 하다

매주 말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얘들아, 내일은 공휴일이야! 왜 쉬는지 알지? 한글날, 정말 의미 있는 날이지~"

 "그러네 진짜. 다음 공휴일은 크리스마스네!"


 하루 종일 실시간 수업으로 녹초가 된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어떻게든 힘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일은 한글날이라 학교 수업이 없다는 말을 강조했다. 다음 시간엔 진도와 관계없이 한글날 관련 수업을 할 예정이라 한글날의 존재에 방점을 찍어 미리 언급하고도 싶었다. 그런데 어째 '한글날'을 이야기할 때는 게슴츠레했던 아이들의 눈이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동그래지는 걸까. 나이가 어릴수록 크리스마스에 크나큰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긴 하지만 그 옆에 등장한 한글날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여 괜히 멋쩍어졌다. 


 작년에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대학교 때 가지고 싶었던 자격증이라는 이유로 여름 방학에 공부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어쩌다 보니 필기시험을 잘 본 게 독이 되었을까. 면접만 통과하면 자격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왜 그렇게도 준비를 하기 싫었는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카페에만 접속했다. 그러다가 국립국어원 우리말 공모전을 알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유행하고 있던 단어 'ASMR'의 대체어를 만들어보려고 연습장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쭉 적어봤다. 이것저것 조합해 보다가 '감각소리'라는 말을 제안했는데 이게 전문가 심사를 통과하여 국민선호도 조사에서도 1등을 해버렸단다. 허헛, 살다 보니 내게도 이런 행운이! 얼떨결에 나는 '감각소리'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 되었고 새말모임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허프포스트 코리아 한글날 특집으로 새말모임 관련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사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그저 기분이 좋았는데 관리자 승인을 받기까지 괜히 또 간이 콩알만 해졌다. 내가 너무 많은 일들을 벌여놓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인터뷰를 하고 나니 의무감이나 진지함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참여하던 활동에 보다 큰 사명감이 생겼다. 직업으로서도, 운 좋게 참여하게 된 새말모임 위원으로서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글날 574돌을 하루 앞두고 일단 나부터 한글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지겠다고 진지하게 다짐해본다. 



* 인터뷰 기사 제목을 확인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ㅎㅎㅎ) 웃음이 나오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진다.(ㅠㅠ) 

-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한글을 멋지게 사용하시는 작가님들, 앞으로도 한글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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