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교실 이야기(feat. 세종대왕)

#천의자리 숫자는 2학년 때 배워요.

by 스텔라박

초등학교 1학년 국어 나 교과서에는 한글 창제와 세종대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영상으로 세종대왕이 어떻게 한글을 창제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교과서 문제를 푸는 부분이 있었다. 영상에는 세종대왕이 1443년, 조선시대에 한글을 창제한 내용이 나오고, 교과서 문제에는 ‘세종대왕이 언제 한글을 창제했나요?’가 있었다.

1학년에는 아직 천의 자리를 배우지 않는다. 백까지의 숫자를 배우고 더해서 십의 자리가 되는 덧셈과 뺄셈을 한창 공부중이다. 그런데 영상에는 1443년에 한글을 창제한 내용이 나와서 교과서 문제의 예시 답안은 ‘조선시대’다.


영상을 보고 먼저 아이들에게 생각해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다. 아이들이 한창 골똘히 생각하며 문제를 푸는데, 우리반 남자아이 K가 큰 소리로,

“나는 한글이 언제 만들어 졌는지 알아. 바로 천사백사십삼년이야.” 라고 자신감 있게 뽐내면서 말했다.


영상을 보긴 했지만 아이들은 1443년 숫자 따윈 머릿속에 남지 않고, 조선시대 또한 기억이 나지 않던 차에, 여기저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대화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A: 아! 천삼백삼십사년?

K: 아니, 천사백사십삼년!

B: 천삼백사십삼년!

K: 천사백사십삼년!

C : 천삼백삼십삼년이라고?

K: 천사백사십삼년이라고!

D: 천사백사십사년이지?

...

이러다 끝도 없겠다 싶어서 내가

나 : 얘들아, 년도로 안 써도 돼. 조선시대 라고 쓰자~! 조선시대 쓸 줄 알지요?

라고 했는데 그래도 웅성웅성 천삼백사백삼십사십 조잘거린다.


나는 다시 큰 소리로,

나: 자, 조선시대 라고 쓰세요~ 조.선.시.대!

라고 엄숙하게 말했다.


좀 잠잠해질 찰나, 저 쪽에 않은 H가 조심스럽게 날 부른다.

H: 선생님, 이거 맞아요?

H가 써 놓은건 1413년....


나: 아니야. 1443년인데 천의 자리 모르니까! 조선시대! 조선시대로 쓰세요! 얼른 지우고!!!!

내가 버럭 말을 하자, 여기저기 열심히 지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고야..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세종대왕님의 한글 창제가 1443년이란 걸, 아마 평생 못 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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