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하기에 최고의 계절이다. 나무들마다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고, 선선한 바람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요즘은 이제 가을이 지나가려고 벌써 살짝 쌀쌀해지고 있지만, 도톰하게 옷을 입고 나서면,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운동은 젬병이지만 걷기만큼은 자신 있다. 한 달 동안 올레길을 완주한 경험도 있고,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겠다는 버킷리스트도 있다.
일산에 살면서 가장 좋은 건, 걷기 좋은 공원과 길이 너무나 조성이 잘 되어있다는 점이다. 호수공원은 누가 뭐래도 최고고, 아파트 사이사이 산책로도 참 좋다. 산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가볍게 등산을 할 수 있는 고봉산과 정발산도 있다. 나는 일산에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모든걸 마음껏 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내 남자 친구는 완벽한 집돌이다. 내가 저녁 먹고 운동 삼아 산책하자고 오자고 조르면 피곤하다며 소파에서 꿈쩍도 안 한다. 나는 혼자 나가서 산책을 하고 오기도 하다가, 어느새 오빠와 동화되어 평일에 산책을 거의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2025년, 이제 러닝이 열풍이 부는 시대가 되었다. 너도 나도 뛰기에 바쁘다. 오빠 친구들도 러닝을 시작했다며 오빠도 같이 뛰자고 바람을 넣고 있나 보다. 얼마 전 일요일 저녁, 갑자기 오빠가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오자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는다. 나는 참 오래 살고 볼일 이다며, 아니 천하의 000이 먼저 산책을 하자니! 하며 앗싸 하고 옷을 챙겨입었다.
우리는 호수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자전거도로에 자전거가 가득이었는데, 일요일 저녁 호수공원엔 자전거도로에 러닝을 하는 사람 천지였다. 자전거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 오빠와 나는 이렇게 운동에도 유행이 있나보다며, 우리 나라 사람들의 유행이란 참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하기사 그 덕에 오빠도 생전 안 하던 산책을 나에게 하자고 제안했으니,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오빠 친구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나이가 이제 사십이 넘고, 오빠는 오십이 넘다 보니 우리는 건강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이야기한다. 내 주변에도 벌써 암 진단을 받아 치료받는, 치료받았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나 또한 혈당이 높아 당뇨 전단계를 진단받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정말 운동을 해야겠다고 오빠와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술을 즐기는 오빠와 나는 정말 건강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느낀다.
호수공원을 걸으며, 오빠가 오빠 친구들의 러닝 이야기를 나에게 주절주절 대자 나는 옳다구나! 그래! 그러니까 우리도 시작하자! 걷기부터 시작 하는거야! 걷는 게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를 오빠에게 장황하게 설명했다.
“ 우리는 아직 초보라 뛰기 전에 걷기부터 해야 해. 그러니까 이제 저녁 먹고 호수공원 산책 나오자. 응? 하루에 30분이라도! 그리고 조금씩 늘려가면 되지. 어때? ”
열심히 오빠를 설득한다. 오빠의 친구들이 오빠에게 러닝 뽐뿌를 더 팍팍 넣어주기를 바라며.
산책은 봄이면 봄이라서, 여름이기 때문에, 가을이니까,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다 각각의 매력이 있다. 이 매력을 오빠가 나와 함께 산책하며 누렸으면 좋겠다. 건강에도 좋고, 기분전환에도 좋고, 또 오빠와 도란도란 이야기해서 더 좋고! 그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