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언어로의 변화

브랜드가 재료를 만날때

by Louis
브랜드는 무엇으로 말하는가?
공간의 물질 언어에 대하여


브랜드는 공간에서 말을 건넵니다. 그 말은 로고나 제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벽면의 질감, 손잡이의 감촉, 바닥에 닿는 발걸음의 소리로 다가옵니다. 이것이 ‘물질 언어(Material Language)’, 즉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와 디테일이 브랜드를 전달하는 방식이 됩니다.



브랜드가 보여주는 물질 언어


1. Apple – 절제된 디테일의 언어

• 주요 물질 요소: 천연 석재, 유리, 알루미늄, 목재

유리: 대면적 무지유리, 시공 경계가 드러나지 않는 무몰딩 마감
알루미늄: CNC 가공된 솔리드 알루미늄 패널, 무광 실버 피니시
천연 석재: 내추럴 리튬 스톤, 화강암 플로어링, 균일한 커팅과 헤어라인 마감
목재: 밝은 톤의 오크 또는 자작나무, 얇고 정제된 곡률 처리

• 디자인 언어: 무광 마감, 조용한 디테일, 테크놀로지와의 조화

• 사례: Apple Marunouchi (Tokyo), Apple Store NY Fifth Ave의 무지유리 파사드

• 분석: Apple의 공간은 조용합니다. 기술을 전시하기보다, 기술이 배경이 되는 ‘경험의 무대’를 설계합니다.

그 배경은 ‘보이지 않지만 만져지는’ 디테일에서 출발하며, 브랜드가 말하는 방식은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결코 거슬리지 않는 것입니다.



2. Aesop – 지역성과 감성의 언어

• 주요 물질 요소: 콘크리트, 지역의 벽돌/돌, 황동, 핸드메이드 타일

콘크리트: 노출콘크리트, 거칠게 연마된 천연 질감, 그을림·기포 자국 등 불균일한 마감
지역 자재: 지역에서 채취한 벽돌, 석재, 고재 목재 등 로컬 소재
금속: 산화된 황동, 브러시드 구리, 마모된 철재 등 ‘시간이 흔적을 남긴’ 금속
타일: 손으로 구운 세라믹 타일, 유약의 농도 차이와 굽기의 편차가 존재하는 표면

• 디자인 언어: 지역 맥락 반영 + 재료 고유의 촉각적 언어

• 사례: Aesop Seongsu, Aesop Kyoto (by SIMPLICITY)

• 분석: 에이솝은 매장마다 다른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일관성을 통일된 형식이 아니라, 장소에 맞춰진 감각적 다양성으로 풀어냅니다. 디자이너가 공간을 설계하는 게 아니라, 장소가 스스로의 언어를 갖게 만드는 구조. 브랜드는 재료를 통해 이야기하고, 재료는 지역성과 감성으로 살아납니다.



3. Patagonia – 지속 가능성의 언어

• 주요 물질 요소: 재활용 목재, FSC 인증 합판, 친환경 마감재

재활용 목재: 해체된 건축물의 구조목, 못자국·칠 자국이 남은 상태 유지
FSC 합판: 자연 결을 드러낸 상태의 인증 자재, 오일 마감 또는 무마감 처리
친환경 마감재: 저 VOC(휘발성 유기화합물) 페인트, 식물성 오일 기반 마감
패브릭 요소: 업사이클링된 텐트 천, 버려진 낙하산 천을 재사용한 천장

• 디자인 언어: 투박하지만 정직한 감성, 흔적을 남긴 듯한 질감

• 사례: Patagonia Santa Monica Store, Worn Wear 팝업

• 분석: 파타고니아는 말보다 행동으로 말합니다. “덜 만들고 오래 쓰자”는 철학은 공간의 자재 선정, 시공 방식, 사용 흔적까지도 포함합니다. 깨끗한 재단보다 수선의 흔적이 아름답고, 완성된 마감보다 사용의 시간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방식. 지속 가능성은 슬로건이 아니라, 공간의 물질적 윤리로 드러납니다.


4. Gentle Monster – 서사적 몰입의 언어

• 주요 물질 요소: 금속, 유리, 레진, 인공 조형물

금속: 고광택 스테인리스, 스틸 조형물, 인더스트리얼 용접 구조
레진/FRP: 대형 조형물에 사용되는 반투명 수지, 색조 조절 가능한 몰딩형 소재
유리: 컬러 글라스, 디스토션(왜곡) 효과를 준 커브 글라스
조명 매체: LED 스트립 내장 재료, 백라이트 구조와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매입형 자재

• 디자인 언어: 미술관적 구성, 조형적 긴장감, 과잉된 감각의 실험

• 사례: Haus Dosan, Shanghai Flagship

•분석: 젠틀몬스터는 기능보다는 서사를 선택합니다.

공간은 단순히 안경을 파는 곳이 아니라, 시선의 내러티브를 경험하는 무대입니다. 재료는 기능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 선택됩니다. 그 감각은 때로 과장되고 불편하지만, 브랜드의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브랜드는 결국 공간의 ‘피부’로 말한다


브랜드는 점점 더 공간의 언어를 빌려 말하고 있습니다. 그 언어는 시그니처 재료, 촉감, 빛의 반사, 발걸음의 리듬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것이 ‘물질 언어’입니다.

물질 언어는 단순히 고급 자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결정입니다.

공간은 이제 브랜드를 보여주는 전시장이 아니라, 브랜드가 말하는 미디어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미지’보다 ‘촉각’이 오래 남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무엇으로 말하는가를 알고 싶다면, 그들이 무엇으로 공간을 채우는지 지켜보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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