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 청계 크리스탈 스퀘어
디자이너, 청[淸, 맑음]을 이야기하다
'맑음'을 표현한다면, 어떤 경우에 혹은 무엇을 표현할 때 사용할 수 있을까? 나는 흔히 '맑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바다의 물이 맑다, 비가 온 후라 하늘이 맑다와 같이 자연과 날씨에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대상을 지칭하기보다 간접적으로 대상을 보조해주는 서술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맑음'은 형체가 없이, 대상을 보조해주는 어휘였다. 나와 달리 표현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내가 일반적으로 늘 쓰는 관용적 사용과 달리, 몇몇 작가들은 추상적 어휘로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이 창의적으로 변형되는 잠재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맑은 유리의 단면', '맑은 가난', '맑은 슬픔'과 같은 작품의 제목에서 보듯이, 각 대상들은 작가 개인의 '맑음'에 대한 주관적 정의 혹은 표현을 통해 독자 앞에 새로운 언어로 태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맑음'은 어떻게 달리 표현될 수 있을까?
복원된 복개하천, 청계천[淸溪川]
청계천에 인접한 매장을 디자인할 기회가 생겼다. 청계 IT타워의 1,2층을 사용하는 매장으로 청계천에서 접근이 수월한 위치였다. 현재의 청계천은 나에게 꽤나 낯선 공간이다. 난 서대문구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어린 시절의 앨범을 꺼내보면 청계천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학 그리고 직장생활 동안에도 청계천은 늘 공사중이었다. 심지어 부모님의 빛바랜 오랜 사진 속에도 청계천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이제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청계천은 조선 태종 1412년 개천[내를 파내다]공사를 통해 생활 하수를 강으로 보내는 자연하천 역할을 해오다, 근대화 과정에서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도로를 설치하기 위해 복개[덮여있는 하천]된 하천이다. 이러한 역사를 가졌기에, 나에게는 낯선 공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활 하천으로 이용되었기에 위생적으로 맑은 물은 아니었을 것이며 색깔 또한 맑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청계[淸溪]라는 단어는 언젠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섞인 언어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천은 그 역할(물을 강으로 흘러보내는 것)은 중요했으며 비가 많이 왔을 때 시민들의 터전을 지켜주고 때론 하천에 앉아 빨래를 하며 문화를 형성했을 장소였을 것이다.
이후, 사회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2003년 공사를 시작으로 서울시민들에게 다시 하천으로 돌려주게 되었고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단어에서 나오는 아우라 청계천[淸溪川, 맑은 물이 흐르는 천]의 모습은 그리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분명한 점은 오랜 시간동안 시민들의 터전이었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관련내용1: 서울시설공단 청계천 https://www.sisul.or.kr/open_content/cheonggye/
*관련내용2: 청계천 박물관 https://museum.seoul.go.kr/cgcm/index.do
맑지만 굴곡진 과정, 청계 크리스탈 스퀘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매장안에 표현하고 고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점은 분명했다. 바로 청계[淸溪]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 즉 맑음에 대한 것과 그 굴곡진 과정을 나타내고 싶었다. 공간적으로는 2개층의 공간이지만 서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공간들을 이어줄 매개가 필요했다. 그리고 맑은 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에게 '맑은 것'은 파란색과 녹색 사이의, 푸른 색에 가까운 대상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어휘이다. 매장의 주요공간인 1층 바와 2층의 벽면을 맑은 톤으로 채움으로써 두 공간이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시각적으로도 신선한 무드를 전달해줄 수 있었다. 굴곡진 과정에 대한 표현은 면에 대한 거친 처리와 큰 면을 잘게 분할하는 방법을 통해 전달하려 하였다. 맑은 톤은 먼거리에서 바라볼때 관찰할 수 있는 색이라면, 굴곡진 과정은 가까운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라 생각했고. 이 두가지를 거리에 따른 표현의 차이를 통해 얻어내고자 했다. 이외 다른 부분의 디자인에 대한 의도는 윗 두 가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은유적으로 추가하는 과정들이었다. 예를 들어, 천장의 오밀조밀한 그리드 패턴은 하천을 따라 만들어진 가옥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입구의 스크린은 청계천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높은 건물들의 장엄함을 나타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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