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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r 26. 2019

애플의 쇼타임, 과연 무엇일까?

[짧은글] 디바이스에서 서비스로 이어지는 애플 그리고 트렌드

3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스티브 잡스 극장(Steve Jobs Theater)에서 사전에 예고되었던 바와 같이 애플의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사전 예고가 있었던 것이니 '깜짝'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고 이미 아이패드(iPad)와 에어팟(Air Pods) 등 새로운 디바이스가 공개된 이후였기 때문에 대다수 동종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어떠한 서비스를 발표할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무언가가 정말 우리를 놀라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궁금증과 기대감도 분명 존재했으리라고 본다. 


애플의 새로운 서비스, 무엇일까요?

2006년 애플TV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궁금증을 유발할만한 예고를 던져 애플의 팬들에게는 기대감으로, 동종업계 관계자들에게는 긴장감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새로운 아이폰과 같이 기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한 디바이스 공개만 있었을 뿐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홈버튼을 없앤 '아이폰X'가 등장하면서 과감한 변화를 추구했고 블루투스를 활용한 에어팟이 출시되면서 사용자들의 '호불호' 그리고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팟'의 경우는 '나름 잘 팔린' 모델이 되었고 3월 20일 2세대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 날 애플은 A12 프로세서가 탑재된 아이패드 에어 3세대와 함께 애플 펜슬을 지원하는 아이패드 미니 5세대도 함께 출시했다. 이렇게 디바이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변화를 공개했다고 하는데 3월 25일 애플이 준비한 새로움은 무엇이었을까?

3월 25일 애플의 스페셜한 이벤트가 공개됐다.  출처 : apple.com

Apple News +

그들이 준비한 '새로움'은 디바이스가 아니라 온전히 서비스였다. 관계자들이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중에 하나는 'Apple News +'라는 이름의 뉴스 구독 서비스이다. 

수백 가지에 이르는 잡지(Magazine)나 주요 신문을 구독해 다른 지인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1개월 무료 서비스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타임지(TIME), 보그(VOGUE), GQ,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 등 분야도 다양하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 등 신문 역시 구독해볼 수 있다. 

<Apple News +>   출처 : apple.com/apple-news

이와 함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까지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맞춤형 뉴스를 제공한다. 대다수 뉴스 플랫폼이 그러하듯 사용자 입맛에 맞는 뉴스를 선별해 서비스하는 '큐레이션' 기능을 활용했기 때문에 뉴스 전문 큐레이터가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카카오가 그랬듯 편집자가 선별한 뉴스들이 생성되고 이후에는 사용자가 즐겨볼 만한 뉴스 콘텐츠를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듯하다. 카카오도 수많은 편집자가 존재했지만 현재는 편집자가 건드리지 않는 즉 100% 인공지능이 큐레이션 하는 뉴스 콘텐츠가 배열되고 있다. 네이버는 구버전과 신버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듀얼 모드'를 서비스 중인데 아직까지는 편집자가 선별한 뉴스가 구버전 메인에서 노출되고 있어 사람과 인공지능이 혼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뉴스 플러스 서비스는 1개월간 무료로 사용한 후 월 9.99달러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애플이 서비스하게 될 잡지나 신문 전체를 구독하거나 구매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애플의 월정액은 (당연히) 저렴할 수밖에 없겠지만 얼마나 구독자를 모으게 될지 궁금해진다. 


Apple Arcade

전 세계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오락실에서 조이스틱과 버튼을 활용해 즐기던 게임들이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모든 사람들의 '필수품'으로 자리하게 되면서 게임회사들도 모바일에 최적화된 게임을 제작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모바일 게임은 그야말로 '먹거리'다. 게임을 제작한 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예산을 쏟아붓는 것 역시 결코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슈퍼셀(Supercell)의 '브롤스타즈(Brawl Stars)'만 해도 이병헌, 조우진, 김동현, 이순재, 김영철 등 소위 이름값 좀 하는 배우들은 물론 스포츠 스타까지 한꺼번에 섭외해 CF를 만들었고 단연 화제였다. 

다른 게임 회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포트나이트(Fortnite)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프랫이 등장하고 넥슨(Nexon)의 트라하(Traha)에는 <토르>로 잘 알려진 크리스 햄스워스가 나온다. 이처럼 헐리우드 배우들을 캐스팅해 영화 같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그만큼 게임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고 마케팅 역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구글도 그렇겠지만 애플 역시 앱스토어는 반드시 있어야 할 공간이고 여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 역시 게임이다.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 서비스를 통해 약 100가지 이상의 새로운 게임 아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Apple Arcade>  출처 : apple.com/apple-arcade

기존의 게임들은 '인앱구매(In app Purchases)'나 게임 플레이 중 광고를 보는 경우들이 매우 흔했다. 게임을 100% 소화하려면 구매를 통해 스토리를 이어나갈 수 있었고 15초 이상이나 되는 광고를 보면서 게임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기 때문에 제작사가 아무리 훌륭한 '웰메이드(well-made)' 게임을 만들었다고 해도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에게는 완성도를 반감시키는 일이었다.

애플은 광고도 없고 추가 구매 유도도 없이 오롯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의 수장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그랬듯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뉴스 서비스도 그렇고) 이 서비스도 '발상의 전환'일 것 같다. 일단 아케이드에 가입해 회원이 되면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오프라인 플레이 기능, 가족은 물론 지인들(최대 6명)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서비스는 2019년 가을에 출시된다고 한다. 

애플에서는 전 세계 10억 명의 유저들이 약 30만 개 이상의 게임을 앱스토어를 통해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이 연결되어야 가능했던 게임들, 화면을 뒤덮는 귀찮은 광고들, 재미를 보려 하는 그 순간 등장하는 구매 유도가 사라져 버리는 셈이니 이는 게임을 자주 즐기는 사람들에게 있어 호기심 생기는 '미끼' 같은 것이다. 올 가을 그 미끼를 물 것인가?


Apple Card

애플은 이번에 신용카드 서비스도 선보였다. 

국내에는 삼성페이라는 IoT 결제 서비스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도 물건을 살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매장에도 수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겠다. 삼성페이의 경우 마그네틱 정보를 그대로 송수신하는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방식이고 아이폰6 이후로 등장했던 애플 페이(Apple Pay)는 근거리 무선 통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방식을 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서비스를 활용하려면 매장 내에 플랫폼이 존재해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경우는 미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루프페이(Loop Pay)를 인수해 국내에 보급했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NFC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보유하려면 투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한국에서 애플 페이를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Apple Card> 출처 : apple.com/apple-card

애플은 애플 페이를 담당했던 조직에서 애플 카드를 새롭게 출시했는데 이는 애플 페이와 유사한 개념이면서 또 다른 핀테크라 하겠다. 애플은 이 서비스를 위해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 마스터카드(Master Card)와 협약을 맺었다. 마스터카드는 세계적인 신용카드 브랜드이지만 골드만삭스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금융업계이긴 해도 신용카드 분야의 비즈니스를 해본 적이 없는 기업이다. 경험이 없는 회사가 오히려 보다 나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던 카드번호는 물론 CVV(Card Verification Value)나 CVC(Code) 번호도 없으며 유효기간 조차도 없다. 1회성으로 돈을 송금 또는 이체할 수 있도록 은행이 1회성으로 가상계좌를 발급하는 기능처럼 이 카드도 1회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카드로 구현한 것이니 보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훌륭한 것 같다. 또한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에 따라 캐시백을 해주는 '데일리 캐시(Daily Cash)'라는 보상 프로그램도 존재하고 있다. 애플 직영 매장에서 물품을 사기 위해 애플 카드를 이용했다면 3%를 캐시로 돌려주는 방식이니 기존의 포인트 적립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내가 사용한 구매 내역을 하나씩 정리해주기 때문에 마치 가계부처럼 활용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카드 대금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가 되는 경우 연체 수수료도 없다고 한다. 물론 지나친 카드 사용은 금물이겠다. 

애플 카드는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실물 카드로도 존재하는데 '한국 도입이 시급하다'는 SNS상의 댓글들을 본 것 같다. 실제로 애플 카드를 만져볼지 그리고 이 카드를 한국에서 사용하게 될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꽤 매력적인 상품이라 관심이 간다. 


Apple TV + 

그리고 진짜는 바로 애플 독점 콘텐츠다. 애플 TV+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 서비스는 넷플릭스와 정면 대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 서비스를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작진들을 불러 모았다. 넷플릭스 전용 콘텐츠가 존재하듯 애플도 자체적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준비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러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위해 무려 10억 달러라는 예산을 쏟아부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를 제작해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것, 박찬욱 감독이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왓차플레이에서 공개한 것처럼 애플에서도 유명 감독의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애플 TV 플러스에 대한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JJ 에이브람스 감독이 실제 무대에 올라오기도 했고 제니퍼 애니스턴, 리즈 위더스푼, 제이슨 모모아, 오프라 윈프리 등 배우들도 등장해 콘텐츠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자체 제작 콘텐츠라 하면 결국 애플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인데 이것이 얼마나 시장을 뒤흔들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미 넷플릭스는 콘텐츠 시장, OTT 분야, 스트리밍 서비스의 절대 강자다. 더구나 이와 유사한 서비스들이 런칭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꼴인데 이 곳에 애플도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도 존재하지만 외부 콘텐츠도 서비스 중이다. 그만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매우 다양하니 애플의 자체 제작 콘텐츠는 퀄리티면에서 어떠할지 몰라도 수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대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가 독점 콘텐츠에 참여한다는 것, 꽤 많은 비용이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어 '대작'이 탄생하게 되리라는 것. 콘텐츠 구독 비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 기존의 경쟁 서비스와 얼마나 경쟁력 있는 단가가 책정될지 궁금해진다. 


매킨토시라는 이름으로 컴퓨터를 개발해 보급했고 이후 맥북으로 변모해 많은 사람들을 찾아갔다. 아이팟에 이어 아이폰으로 모바일 시장을 뒤흔들었다. 디바이스에 대한 개발을 이어온 애플이 '서비스'라는 차원으로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독자적인 디자인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 모두 다른 기업들이 (감히) 우러러 볼만큼 '퍼스트 무버'로서 매우 강력했는데 콘텐츠 서비스에 있어서는 '패스트 팔로워'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을 만큼 늦은 편에 속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넷플릭스를 두고 '애플이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강력한 장점이 있는 서비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충분히 만족할만한 콘텐츠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선택의 폭이 다양한 점 역시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물론 종류가 많다고 해서 월등하다고 볼 순 없다. 애플이 추구하는 '독점' 콘텐츠가 고퀄리티로 제작되어 기존의 사용자들을 사로잡을만한 매력이 존재한다면 경쟁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디즈니의 시장 진입인데 애플이 넷플릭스뿐 아니라 거대한 공룡 디즈니를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겠다. 최근 폭스를 집어삼킨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라는 타이틀로 스트리밍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고 2019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디바이스 개발에 이어 서비스에 도전하는 애플. 스티브 잡스는 과연 하늘나라에서 어떠한 생각을 품고 있을까?


※ 애플 홈페이지와 애플의 키노트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 애플 홈페이지, apple.com

- Apple Special Event Keynote : https://www.apple.com/apple-events/march-2019/

※ 함께 보는 글

https://brunch.co.kr/@louis1st/243

https://brunch.co.kr/@louis1st/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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