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의 박스형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벡터
자율주행 자동차(Self-Driving Car)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본격적으로 세상에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구글이나 엔비디아, 네이버와 같은 IT 기업부터 자동차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집중적으로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자율주행'이다. 핸들을 잡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주는(?) 기술이라면 세상은 얼마나 편리해질까? 차량에 탑승한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게 무엇이든 사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여 대응할 수 있어야 궁극의 '자율주행'을 이룩할 수 있겠다.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한 교통 인프라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역시도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어 근본적인 자율주행 기술에 5G 네트워크, 빅데이터, IoT 기술 등 또 다른 테크놀로지가 융합되고 있는 추세다.
자율주행에 있어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보통 자율주행 자동차를 언급할 때 사람이 직접 모든 것을 제어해야 하는 '레벨 0(SAE zero)'부터 사람이 전혀 간섭하지 않아 핸들조차 필요가 없는 '레벨 5(SAE 5)'까지 선이 그어져 있다. 레벨 5라면 완벽한 자율주행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박스형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 벡터(Project Vector)'는 레벨 4~5 수준이 가능한 자동차로 알려져 있다. 프로젝트 벡터는 재규어랜드로버의 타이틀이 붙었다(재규어랜드로버는 이하 JLR로 표기합니다)
※ 참고로 'SAE International'이라고 해서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org)'라는 단체가 존재하는데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준이 모호하고 제각각이라 일정한 단계로 나누어 가이드를 마련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총 여섯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SAE는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의 줄임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SUV로서 랜드로버 자동차의 매끈한 인테리어(Interior)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었다. 뭐랄까 이렇다 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엣지' 있는 느낌이랄까? 기능이 많다면 그만큼 편리할 수도 있겠지만 수십여개나 되는 버튼을 인테리어 안에 모두 몰아넣게 되면 운전에도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너저분한 느낌이 들게 될 것 같다. 물론 차량의 성능을 떠나서 말이다.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이보크(Evoque)나 벨라(Velar), 재규어의 전기차인 I-Face, 테슬라의 라인업 모두 디지털화 되면서 더욱 깔끔해졌다. 그 말은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게 되면서 마치 스마트폰의 앱을 사용하듯 터치 방식으로 기능을 작동할 수 있게 되니 굳이 여러 개의 버튼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차량이 가진 기능과 손쉬운 제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테리어도 그렇지만 차량의 '외형 디자인' 즉 익스테리어(Exterior)를 보면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능적인 요소와 더불어 디자인을 매끄럽게 더해야 하니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될지 상상도 가질 않는다. 차량의 디자인이란, 브랜드와 라인업의 대표되는 얼굴이 되기도 하고 소비자를 유혹하게 만드는 킬링 포인트가 되곤 한다. 장막을 벗어던지며 세상에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되는 자동차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렇게 탄생한다.
차량의 디자인에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내가 보기에 볼품없어 보이는 그 무엇인가의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대다수가 좋아하는 디자인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100% 공감하고 선호하는 디자인이라는 게 있을까?
일단 JLR이 생산하는 차량의 외형(exterior)이나 인테리어 모두 필자 개인의 취향이긴 했지만 구매욕을 충족시키지 못한 문제는 따로 있긴 했다(그 문제에 대해서는 굳이 이 곳에 다루지 않겠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재규어(Jaguar)나 랜드로버(Landrover)의 엠블럼을 달고 나오는 라인업이 대부분 그러하듯 내외부의 디자인은 참으로 세련된 편이다(역시나 개인의 취향)
실제로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같은 식구이지만 서로 다른 라인업이 존재한다. 재규어는 XJ나 XF 등 럭셔리 세단과 더불어 F페이스나 E페이스, 전기차인 I페이스까지 SUV도 함께 제조하고 있다. 반면 랜드로버에는 레인지로버나 디스커버리 등 SUV만 존재한다. 재규어는 1922년, 랜드로버는 1905년 설립되었다.
JLR 모두 영국산 브랜드였지만 인도 타타자동차(TATA Motors) 산하로 편입되어 타타자동차의 자회사가 되었다. 타타자동차의 경우는 트럭과 버스를 제조하는 회사로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사실 JLR은 회사 설립과 차량 생산 이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회사이기도 하다. JLR이 위기를 넘고 다시금 디자인의 혁명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낸 이안 칼럼(Ian Callum)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이상엽 디자이너가 있다면 JLR에는 이안 칼럼이라는 수석 디자이너가 존재한다. 산업 디자인에 꾸준히 몸을 담았던 이안 칼럼은 포드와 애스턴 마틴의 디자인을 맡은 바 있고 1999년부터 무려 20년간 재규어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데 2019년 은퇴했다고 한다.
※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는 위에서 언급한 이안 칼럼 그리고 독일 출신으로 아우디와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혁명을 이루었던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미국 출신으로 BMW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 뱅글(Christopher Edward Bangle)을 꼽을 수 있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자, 프로젝트 벡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스키장에 가면 기본적으로 리프트에 올라타곤 하는데 리프트와 더불어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오르는 경우들이 있다. 곤돌라와 케이블카 모두 양쪽 문이 열리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 벡터도 양쪽으로 문이 열리며 승객을 맞이한다. 얼핏 보면 곤돌라에 바퀴를 달아놓은 듯한 형상 같다. 그럼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지 않은가?
전후, 좌우의 대칭도 전체적인 밸런스도 굉장히 친화적인 느낌이다. 프로젝트 벡터 내부에는 운전석을 포함해 4개의 시트가 존재한다. 운전석에도 핸들(스티어링 휠)과 디스플레이가 존재하고 있어 실제 사람이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해도 사람이 개입하여 수동으로 조작하는 경우를 자율주행 단계 3~4 수준에 속하고 있긴 하다. 자율주행 3단계라면 '반자율주행'에 속하지만 프로젝트 벡터는 4단계 즉 '고급 자율주행'에 포함된다고 한다.
이 차량은 4개의 시트를 모두 제거해 무겁다거나 부피가 큰 짐을 싣고 이동할 수도 있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프로젝트 벡터라는 타이틀에 '원박스'라는 키워드를 붙인 어느 미디어의 코멘트처럼 이동수단으로써의 '박스'에는 공유경제라던지 전천후 플랫폼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의미를 포괄하기도 한다. 공유 플랫폼이라면 우리나라의 타다(Tada)나 쏘카(Socar), 심지어 개인택시 등을 아우르는 이동수단을 의미할 수도 있고 전천후 플랫폼이라면 개인 이동수단을 비롯해 화물 운송이나 배송을 위한 수단으로도 가능하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도 그렇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람이 타야 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프로젝트 벡터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이다. 프로토타입에 가까운 차량이라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측에서도 '매우 유연한 다목적' 차량이라고도 했다. 프로젝트 벡터는 2021년 하반기 온로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해 보다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테스트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와 디지털 교통 인프라가 자율주행이 가능한 프로젝트 벡터와 '상호 연결'을 이루게 되면 미래형 스마트 도시에 걸맞은 수단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JLR 측에서도 개인이나 공유 플랫폼, 대중교통 수단으로써의 모빌리티를 꿈꾸고 있는 듯하다.
프로젝트 벡터도 프로토타입이지만 개발 단계에서 활용했던 무인자동차 시스템을 이용해왔다. 영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인 오토익스프레스(Autoexpress)에서는 실험 주행에 활용했던 무인자동차 시스템을 '포드(Pods)'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사람처럼 두 개의 눈이 달린 걸 알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차량이 사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인지한다고 한다. 보행자의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보통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라이다 센서(LiDAR)를 탑재해 장애물을 인지하여 대응하는데 이 포드는 사람의 움직임까지 읽기 위하여 자율주행 엔지니어를 비롯해 심리전문가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이 포드가 구현한 기본적인 기능들이 프로젝트 벡터에 포함되어 영국 코벤트리(Coventry)에서 자율주행 테스트가 이뤄지게 될 것이다. 더불어 프로젝트 벡터를 약 20대를 확보해 하루 약 2천 명의 인원이 프로젝트 벡터를 탈 수 있도록 실현하게 되리라고 전망했다. 프로젝트 벡터는 길이 약 4미터, 60~90 kWh 수준의 배터리로 약 155~186마일 즉 250km에서 299km까지 운행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오토익스프레스 자료 참조)
참고로 테슬라의 모델3 AWD 모델은 에너지 용량 75 kWh, 주행 가능 거리는 415~446km다.
구글에서 만드는 자율주행 자동차부터 테슬라의 전기차, 벨로다인과 같이 라이다 센서를 제조하는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기업들이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이미 오랜 역사를 기록하던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던가. 디자인을 떠나 내구성과 성능에 관해 호불호가 갈리는 곳 중 하나인데 이번 프로젝트 벡터가 미래형 스마트 도시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확장성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저는 재규어랜드로버(JLR)와 관계가 없습니다. 본문에도 있지만 재규어랜드로버의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편이긴 합니다. 역시, 내구성과 성능을 모두 떠나서 말이죠. ^^ 최근 포르쉐의 라인업도 디지털화 되고 있답니다. 몇 년전만 해도 수많은 버튼이 눈에 띄었지만 이젠 많이 달라졌죠. 제네시스의 GV80 역시 넓은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차량의 내부 디자인도 크게 변모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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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sae.org
- <자율주행기술에도 단계가 있다! 자율주행 5단계 단계별 정의>(2018.3.19), 금호타이어 블로그 참조(blog.kumhotire.co.kr)
- <Jaguar Land Rover Project Vector self-driving car sets sights on the streets in 2021>(2020.2.18), slashgear.com
- <JAGUAR LAND ROVER UNVEILS FUTURE OF URBAN MOBILITY>(2020.2.18), media.jaguarlandrover.com
- <Jaguar Project Vector ‘autonomy-ready’ platform concept revealed>(2020.2.20), motor1.com
- <Jaguar Land Rover develops “trustworthy” autonomous cars>(2019.1.24), autoexpress.co.uk
- <New Jaguar Land Rover Project Vector showcases autonomous future>(2020.2.18), autoexpress.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