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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Jul 02. 2020

'돈'이라는 외계어

'한달' 글쓰기 커뮤니티에 함께 있는 금융전문가-다재다능르코님이, 돈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돈과 관련된 부정적 기억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물어보았다. 


돈하면 떠오르는 생각, 스토리들이 많다. 나에게 돈이라 함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한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더 돈공부를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첫 아르바이트, 나를 위한 증명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돈문제로 골치 썩는 일을 보고 빨리 자라 돈을 벌어 도와 드리고 싶었다. 대학생이 된 나는 아르바이트가 너무 하고 싶었다. 부모님은 공부나 하는 게 돈 버는 길이고 부모님을 돕는 거라고 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갔으나, 나는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인지, 그만한 가치를 생산해 내는 사람인지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 엄마 몰래 면접을 본 하얗고 예쁜 커피숍에서 내일부터 당장 나오라고 한다. 그때 얼마나 내가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어깨를 활착 펴고 하얀 티셔츠를 입고 하얀 커피숍에서 일했던 때가 기억난다. 시급은 기억이 안 나지만 반달 주말 일을 하고 십몇만 몇백 원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한 달을 해도 삼 심 만원 정도의 돈을 벌었다. 그저 얼마라도 버는 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직장생활의 시작과 여전히 부족한 돈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 돈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독립적으로 생활을 책임진다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서울의 집값을 내고 남는 돈은 얼마 없었다. KTX 기차표도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 맘 때쯤 아버지가 하는 사업이 많이 어려워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돈문제로 많이 우울해하셨던 것 같다. 부산 부모님 댁에 주말을 보내러 내려갔던 어느 날 저녁 이불을 덮고 누워 부모님을 도울 수 없는 내가 답답해 눈물을 흘렸던 날도 떠오른다. 성인인데도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지라 이렇게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면 우리 집이 몰락해서 먹고살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닌지 막연히 따라 걱정했던 것 같다. 엄마는 아빠를 원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늦은 나이에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이 힘든 것보다 자존심이 더 상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일하는 엄마가 생기 있고 활기차 보였고, 그렇게 도전하는 엄마가 좋았다. 돈문제만 없으면 완벽했다. 


병원비, 노후걱정, 건강 염려증 

부모님 생활이 조금은 안정되고 있었고, 내가 결혼을 한지 몇 년이 지났을 때쯤 아빠가 쓰러지셨다. 엄마는 3년을 아빠 간병생활을 하고, 이후에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엄마의 건강도 안 좋아서 부모님이 번갈아가며 입원을 한적도 있다. 병원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멀어졌던 돈 문제가 조금씩 떠오른다. 내가 사회 초년생으로 일할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되어 부모님을 도와 드릴수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과도한 돈걱정, 노후걱정, 건강염려증까지 더해졌다. 


미국의 집값

미국에 살면서 엘에이로, 실리콘밸리로 이사를 하면서 집값의 높은 벽을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집 수입이 나의 기대 이상이라고 생각했고 항상 감사했다. 그런데 이 말도 안되는 집값을 마주하니 한없이 무력해졌다. 미국부자 한국부자는 다 서부 엘에이에 모여있나보다. 학생들도 집을 사고,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젊은 사람들도 집을 척척 사는거였다. 부자 지인이 집 2개를 동시에 선물 받은것은 안부러웠다. 그런데 같은 어려움을 격던 월급쟁이로 일하는사람들이 예상치 않은 지원을 받아 집을 사면 힘이 빠졌다. 정보를 공유하고 난관을 헤쳐나갈 동지를 잃은 느낌도 있었고, 상대적인 박탈감도 들었다. 나는 점보론(Jumbo Loan)이라는걸 끼고 집을 샀다. 매달 어마무시한 금액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실리콘밸리에 이사를 와보니 여전히 엘에이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집값이 비싸다. 그런데 비슷하게 월급쟁이로 일하면서 대부분 집값의 무게를 함꼐 느끼고 있으니 그나마 위로가 된다. 이곳에는 같은 짐을 짊어진 동지가 많다. 


돈 공부의 시작 

나는 돈에 대해 상당히 무지하다. 첫째 이유는 외국이라는 환경에 남편에게 관리 부분을 많이 기대 왔고, 둘째는 돈이 없는데 집착을 하니 괴로워 아예 관심을 놓고 있었다. 내가 내 돈에 대한 컨트롤 능력이 없는 것 같아,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늘 불안했다. 뒤늦게 다시 돈 공부를 하려니 정말 어렵다. 일 년 전부터 돈에 관련된 책들을 집중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금융이라는 외계어로 된 책을 읽고 덮으면 바로 머릿속은 초기화 상태로 돌아갔고, 쓰면서 읽으니 참으로 속도가 느리다. 시험에 강한 내 특징을 고려해 자산관리 시험을 볼까도 생각했지만 외계어와 외국어가 짬뽕이 되어 내 열정을 꺼 주셨다. 


경제적 자유, 경제적 독립, 경제적 학대 

나는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로버트 기와사키 책에서 경제적인 자유 개념을 처음 접했다. 그런데 내가 팔로우하는 저자 수지 올만이 1997 첫 책을 집필하면서 그 개념을 세상에 처음 내어 놓았다고 한다. 확인해보니 두책 다 같은 해에 출간했다. 수지 올만은 경제적 자유 개념을 내어 놓은지 20년이 지난 2017부터 본인이 내어놓은 경제적 자유 개념에 약간의 모순이 보인다며, 경제적 독립이라는 운동으로 많은 활동을 했다. 이 와 함께 팟캐스트에서 경제적 학대를 이야기하고,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상담도 진행했다. 그의 팟캐스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도 모르는 중에 경제적인 학대를 경험하는 다양한 세상살이 이야기가 나온다. 


 경제적 자유(Financial Freedom)는 빚(채무)이 없는 삶, 일을 그만두고도 생활이 가능한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 구축 및 시간의 자유 확보, 풍족한 은퇴준비, 삶을 메마르게 만들 수 있는 각종 위험요소 제거 (생명보험, 요양보험 등) 등이 있었다. 이런 경제적인 자유는 미래를 향한 목표이다. 경제적인 독립(Finanacial indepence)은 경제적 자유와 개념이 거의 일치하지만 당장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현재형 개념이다. 빚이 있더라도 당장 금융, 자산 지식을 늘려 본인의 현금흐름 및 자산, 투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 적은 금액이라도 개인의 자산관리에 관한 완전한 통제력을 가지며, 나아가 각자 개인의 삶과 운명의 통제권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쓰고 보니 큰 차이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지금 당장 공부하라는 것이다.  


르코님의 질문으로 최근 잠시 잊고 있었던 금융 공부가 떠올랐다. 갈길이 멀어 앞이 막막하지만 생각난 김에 공부 계획을 짜야겠다. 벌써 식은땀이 삐질 나는 것 같다. 르코님의 책 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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