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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Aug 25. 2020

추억의 동네 달리기

미국집 관리비, 끔직한 수돗세



이곳은 내가 살았던 동네이다. 이 동네 풍경 하나하나 모두 다 정겹고 추억이 묻어있다. 그때는 안 보이던 것들, 이 소중한 자연과 촉촉하고 상쾌한 공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내 몸이 정화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6년밖에 살지 않고 떠났는데도 고향 같은 이곳이다. 조깅을 하면서 이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처음 뉴욕에서 포틀랜드로 이사 오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는 뉴욕 중심 아주 조그마한 콘도(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처음 서부 포틀랜드로 이사가 결정되고, 남편이 제일 먼저 한 말은 도시가 다 내려다 보이는 큰 집에 살자는 말이었다. 이사를 가기 전부터 꿈에 부풀어 멋진 집들을 눈으로 쇼핑하고 있었다.


막상 도착해서 집을 구하러 다녀보니, 이곳 집값도 만만치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달리고 있는 이 동네에 집을 보게 되었는데, 동네 입구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멋진 조경과 초록 초록한 숲 풍경들 사이사이에 집들이 위치해있었다. 동네 중간에는 아주 큰 자연연못과 공원, 놀이터가 있었고, 작은 상점들과 커피숍도 있었다. 우리는 이 동네에 집을 구하고 정착해서 아이를 낳고 키웠다. 정착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렇게 완벽한 조경과 동네 커뮤니티 이벤트들은 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HOA(Home Owners Association) 한마디로 관리비가 당시 한 달에 460불 이상 나갔고, 동네 전체 땅으로 들어간 전봇대 없는 전기라인, 새로 설치된 수도시설은 비싼 공공요금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우리 집 수도요금은 두 달에 한 번씩 청구되었는데 여름 기준 500불이 넘었다, 쌍둥이를 키우는 옆집은 600불이 훌쩍 넘는다고 했다. 금쪽같은 물을 끝임없이 들이켜대는 잔디가 야속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예뻐보였던 잔디였다.

꿈에 그리던 환상적인 숲 속의 주택은 외벽 수리, 지붕수리, 지하실 수리, 집 앞 보도블록 수리, 잔디관리, 나무뿌리 제거, 지붕과 수도관에끼인 낙엽제거 등등 끊임없이 돈이 술술 들어갔다. 도시에서만 살던 우리 부부가 이런 일들에 익숙하지 않아 돈이 더 들어가기도 했을것이다. 내가 보던 그 환상적인 숲 속에 집들, 예쁜 커뮤니티는 다 돈과 시간 에너지를 들인 결과물이었다. 이런 골치의 몸살로 캘리포이아로 이사 후 나의 다음 집은 HOA가 강하지 않은 동네로 선택했다. 이런 결정을 하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보니 더 큰 난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아직 이곳에 살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지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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