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아이스크림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이유가 없다

by Lounge And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이유가 없다


사무실 바로 앞 편의점에는
작지만 충실한 아이스크림 기계가 하나 있다.
아침엔 눈길도 안 주다가,
이상하게도 퇴근길에는 자꾸 발이 멈춘다.
하루의 피로를 설탕과 우유로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일까.
아니면 그냥 이유 없이 먹고 싶은 걸까.


하얗게 말아올린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참 쓸데없이 예쁘다.
꼬불꼬불 돌아가는 그 생김새조차
마치 오늘 하루 내 기분 같아서 웃음이 난다.
복잡하게 꼬였지만, 그래도 잘 말아 올려진 하루.


"뭐 이런 걸 사 먹어?”
누군가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2000원짜리 충동 소비라고.
하지만 그 2000원은
내 정신 건강에 아주 값진 보험료다.
잠깐이라도 귀여운 것을 보며 마음이 풀리는 순간.
그런 순간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한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차가움’보다
‘부드러움’에 초점이 있다.
요즘은 다들 너무 날카롭다.
메시지는 빠르고, 말투는 쿨하고, 일은 촘촘하다.
그 틈에서 나는
이 느긋한 아이스크림 한 입이 주는
둔감하고 무해한 위로에 자꾸 끌린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갈수록
맛있는 걸 ‘맛있다’고 말하는 데 점점 인색해진다.
괜히 뭐가 들어갔는지 따져보고,
칼로리나 당 함량을 검색하고,
그 맛의 감동은 어딘가로 흘려보낸다.
그런 점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단순하다.
그냥 달다.
그냥 부드럽다.
그래서 좋다.


퇴근 후 편의점 앞에서
아이처럼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나를 인간답게 만든다.
정제되지 않은 웃음,
혀끝에 남은 찬기,
그리고 괜히 기분 좋아지는 잔여감.


그렇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이유가 없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유통기한도 짧고,
혼자 먹는 것도 좀 쓸쓸하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감싸주는 존재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
그게 진짜 즐거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고 시시한 아이스크림을
어디선가 하나쯤은,
슬쩍 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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