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금요일 아침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먼저 떠졌다.
시간을 보니 평소와 비슷한데, 몸은 이미 금요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깨가 먼저 사실을 인정한다. “이번 주, 좀 길었다.”
부엌 불을 켜면 노란 등이 방을 둥글게 밝힌다.
컵에 미지근한 물을 붓고 한 모금 넘기니 속이 천천히 깨어난다.
커피 향이 퍼질 때쯤, 마음도 뒤따라 일어난다.
공복 커피는 늘 같은 자리에서 마신다.
창틀에 팔을 걸치고 한 모금, 바닥에 발을 붙이고 한 모금.
오늘은 바나나 반쪽을 곁들여 몸과 타협한다.
창문을 조금 열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싱크대에 떨어지는 물소리가 유난히 또렷하다.
아침은 이런 소리부터 하루를 정리해 준다.
거울 앞에서 세수 대신 물을 한 번 더 묻혔다.
거울 속 얼굴은 월요일보다 말수가 적고, 수요일보다 힘이 빠졌다.
적당히 지친 얼굴이 오히려 사람 같다.
샤워 대신 따뜻한 물수건으로 목을 눌러 주었다.
매듭처럼 뭉친 곳이 천천히 풀린다.
큰 결심보다 작은 온도가 금요일 아침엔 더 잘 듣는다.
빵 대신 어제 남은 밥을 데웠다.
김치 한 젓가락, 계란 프라이 하나.
입이 커피 맛에 놀라지 않게 밥으로 바닥을 깔아 둔다.
현관에서 신발 끈을 조여 맸다.
허리를 펴고 숨을 한 번 길게 들이마신다.
금요일엔 이 두 동작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된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어깨를 한 번 펴 준다.
과장 없이, 딱 필요한 만큼만.
금요일의 예의는 ‘무리하지 않기’에서 시작한다.
현관문을 나서면 복도 공기가 살짝 서늘하다.
문 옆 화분에 물을 두어 방울 떨어뜨리고 손끝을 털었다.
내 몫의 작은 일 하나를 해낸 기분이 든다.
동네 골목은 아직 반쯤 비어 있다.
빵집에서 막 구운 빵 냄새가 떠다니고,
분리수거 카트 끄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지나간다.
버스정류장에 서면 누군가의 하품 소리가 묵직하게 퍼진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피곤을 나눠 들고 서 있다.
금요일에는 그 연대감이 유난히 뚜렷하다.
버스가 와서 한 걸음 올라탔다.
핸드레일이 약간 차갑다. 그 온도에서 정신이 또박또박해진다.
창문에 이마를 기대지는 않고, 그냥 바깥을 본다.
첫 번째 신호등에서 차가 멈추자 햇살이 유리창을 비스듬히 타고 들어왔다.
눈을 감지 않고 천천히 깜빡였다.
빛이 흐르는 속도를 따라 호흡을 맞춘다.
이어폰은 꽂았지만 음악은 켜지 않았다.
사람들 말소리, 버스의 떨림, 누군가의 메시지 진동.
오늘은 그 정도의 소음이 적당하다.
회사 근처에 도착하니 편의점 카트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택배 상자 위로 새 우유가 얹혀 있다.
피곤한 아침에도 신선한 것이 들어오는 장면은 힘이 된다.
건물 앞 가드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넨다.
나도 고개를 숙였다.
짧은 인사가 금요일엔 왠지 더 고마워진다.
로비를 지나며 물병을 채웠다.
물을 길게 마시니 어제의 남은 이야기들이 목을 지나 내려간다.
몸은 물을 먼저 알아보고, 머리는 그다음에 따라온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숫자가 느리게 바뀐다.
그 사이 목을 한 번 돌리고, 손가락을 펴고 접었다.
작은 준비운동이 금요일 아침에는 유난히 성실하게 느껴진다.
자리 앞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는다.
창밖을 잠깐 본다. 오늘 하늘이 내 편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박자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의자에 앉아 타이머를 25분으로 맞춘다.
메일함을 열기 전에 손목을 한 번 털어 준다.
급하게 시작하지 않는 게 금요일 아침의 유일한 호사다.
첫 모니터 불이 켜질 때까지, 손바닥으로 키보드의 온도를 느껴 본다.
뜨겁지 않고 차갑지도 않은 적정.
오늘은 그 적정만 지켜도 반은 성공이다.
몸은 이미 금요일을 알고 있었다.
한 주의 피로가 어깨에 앉아 있지만, 아침은 아직 조용하다.
이 조용함을 지나쳐 버리지만 않으면, 역습은 크게 세지 않는다.
크게 힘주지 않고 시작했다.
된장국처럼 구수하고, 밥 한 그릇처럼 든든하게.
금요일 아침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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