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꿈만 꾸는걸까?
요즘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자꾸 말을 건다.
“너, 사업 한 번 해볼래?”
질문은 가볍고, 대답은 무겁다.
나는 남의 브랜드와 시스템 안에서 오래 일했다.
규정이 있고, 절차가 있고, 백업팀이 있었다.
사업은 그 모든 이름표를 벗고 내 이름으로 서는 일이다.
사업은 아이템보다 약속이 먼저다.
내가 할 수 있는 약속, 지킬 수 있는 속도, 버틸 수 있는 비용.
그 세 가지가 일단 뼈대다.
아이디어는 많다.
문제는 ‘누가 돈을 내는가’다.
고객을 상상하지 말고, 한 명을 떠올린다. 얼굴과 장소와 필요를.
첫 고객은 거창하면 안 된다.
월요일마다 세탁실이 멈추는 소형 호텔,
신입이 바뀔 때마다 위생 점검이 흔들리는 공장 라인,
정기 진단과 교육을 필요로 하는 빌딩 팀.
‘지금’ 내가 당장 가서 도울 수 있는 곳.
제품은 한 가지가 아니라 묶음일 수 있다.
문제 진단 60분, 개선안 1장, 운영 체크리스트 1쪽, 샘플 키트 소량.
‘배달 가능한 약속’으로 묶어서 가격을 붙인다.
가격은 용기다.
싼 건 친절하지만 오래 못 간다.
내가 견딜 수 있는 최저선 아래로는 내리지 않는다.
사업은 영감보다 달력에 있다.
반복되는 날이 생겨야 숨이 붙는다.
월요일엔 영업, 화·수엔 납품, 목요일엔 점검, 금요일엔 회계.
신용카드 포인트보다 신뢰 포인트가 중요하다.
하나의 현장을 끝내면, 한 줄의 추천문장을 부탁한다.
내가 쓴 홍보보다 고객의 한 문장이 훨씬 멀리 간다.
초기엔 ‘적기보다 적정’을 고집한다.
로고보다 리드, 브랜딩보다 납품.
보여 주는 것보다 끝내 주는 것.
사업은 리스크를 줄이는 놀이기도 하다.
재고 대신 예약, 장비 대신 렌탈, 고정비 대신 아웃소싱.
몸집을 가볍게 해야 오래 달린다.
세금과 계약서를 모르는 채로는 오래 못 간다.
‘아는 사람에게 묻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 번 배워 놓으면 다음엔 비용이 줄어든다.
매출은 성과고, 현금흐름은 생존이다.
결제일을 맞추기 위해 일정을 당긴다.
돈이 들어오는 날이 일의 박자를 정한다.
실패도 계약서처럼 명확하게 다룬다.
약속을 어겼다면 환불을 신속히,
내 잘못이 아니어도 다시 한 번 손보는 쪽으로.
긴 관계는 이럴 때 생긴다.
브랜드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보고서는 한 장으로, 교육은 짧게 정확하게,
메시지는 ‘핵심 먼저’로.
내가 일하는 방식이 곧 브랜드의 문장이다.
외로울 날이 있다.
그럴 땐 숫자를 본다.
거짓말을 못하는 두 줄—매출과 비용.
감정 대신 두 줄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즐거울 날도 있다.
현장이 깔끔하게 돌아가고, 사람이 덜 다치고, 고객 얼굴이 펴지는 날.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피로를 덜었다’는 확신이 남는다.
확장 욕심은 서랍에 넣어 둔다.
반복이 안정될 때까지 한 우물.
‘다음’은 ‘지금’의 정확함이 부른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내가 잘하는 것, 남들이 필요로 하는 것, 돈이 되는 것—이 셋이 겹치는 지점은 어디?”
그 지점이 바로 사업의 첫 주소다.
두려움은 줄지 않는다.
대신 길이 보인다.
처음은 작은 문앞에서 열린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작은 시작을 적어 둔다.
첫 고객 후보 세 명에게 안부와 제안 한 줄,
다음 주 수요일엔 브리핑 20분,
이번 주 금요일엔 견적서 1장.
사업이 멋진 꿈이 아니라
잘 닦인 일상의 반복이 되기를 바란다.
구호 대신 납품, 야망 대신 일정.
내가 사업을?
아마도, 나는 이미 반쯤 시작했다.
내가 지킬 수 있는 약속으로, 오늘의 내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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