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 온 순간, 나는 익숙한 안정감에 흡수되어 금방 몸이 노곤해짐을 느꼈다. 일상은 언제나 그랬듯 생각만큼 피곤했고, 생각만큼 따분했다.
덩그러니 침대 한 가운데에 누워 집중없는 생각들로 오분을 십분을 보내고 있던 차, 기다리던 전화가 울렸다. 굳이 발신을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는 그의 전화가.
집이야? 나만큼이나 노곤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간결하게 대답하며 물었다. 퇴근했어? 내 말에 그는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이 끝이 안보여- 하고.
각자의 생활에 쫓겨, 각자의 일상에 쫓겨 전만큼이나 서로를 보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날 선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가만 누워 통화를 하는 동안 내 온 신경은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한참 일에 쫓겨 나보다 바쁜 그였기에 오늘도 어제처럼 그를 보내줘야만 할 것 같아 별 다른 말은 않았다. 늘 그랬듯 수고했다는 한마디로 아쉬운 마음을 애써 접고 있던 순간, 전화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고싶다. 그의 한마디에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 질 것 같았다. 나만 그리워 한 줄 알았는데- 그 또한 나와 같았다는 생각이 들어오니 눈가엔 금세 눈물이 맺혀왔다. 내가 그 쪽으로 갈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왜인지 그의 구두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는 듯 했다.
도착했다는 전화에 입구로 내려가자 익숙한 실루엣이 나를 향해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보며 활짝 웃었고, 나는 그런 그를 보며 따라 웃었다. 서늘한 바람이 몸을 스치며 주위를 맴돌았고, 그는 나를 보며 얘기했다. 우리 좀 걸을까?